[문희수의 시사토크] 무인차 사고는 누구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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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무인차 시대가 눈앞이다. 구글이 2020년, 포드도 2022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고 한다. 완전 자율주행차, 즉 무인차는 2026년부터 보급돼 2030년쯤엔 일반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영화와 TV에서 본 무인차 키트가 실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무인차는 자율주행차의 최종 단계다. 자율주행차는 통상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기준에 따라 0~4단계로 나뉜다. 얼마 전 사고가 난 테슬라 자율주행차는 3단계(제한된 자율주행)에 가깝다. 차량이 모든 기능을 제어하고 사람은 목적지만 입력하는 4단계가 무인차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까지 상용화하겠다는 자율주행차는 3단계다.
자동차보험 vs 제조물책임법
무인차가 몰고올 변화가 엄청나다. 당장 교통 사고는 자율주행차 3~4단계가 되면 90% 정도 줄어들 것이란 통계도 있다. 보완해야 할 법규와 제도가 한둘이 아니다. 자동차보험부터 그렇다. 일각에선 무용론이 나온다. 스스로 운행하는 무인차가 낸 사고에 보유자, 또는 운행지시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차량 결함인 만큼 자동차 제조사가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피해를 배상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사고 원인 규명부터 쉽지 않다. 아무리 무인차라도 도로·신호·교통 정보 자체의 오류, 통신 장애 등에 따른 사고라면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실제 원인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오작동이었더라도 그것을 입증하는 게 어렵다. 인공지능(AI)이 첨단화할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제조사에도 문제가 생긴다. 보험료만큼 차량 판매가격을 올려 받아야 할 텐데, 과연 몇 년치 보험료를 받느냐가 문제다. 10년치를 미리 받아도 무인차를 20년 운행한다면 10년 뒤엔 무보험차가 된다. 파산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제조사에 책임을 지워도 보험료 산출·부과, 사고 시 손실 분담 결정, 보상금 지급 등 자동차보험의 기능은 여전히 남는다. 굳이 보험사를 제쳐놓고 제조사에 보험 겸업을 강제하는 것은 난센스다. 자동차보험이 제조물책임보험으로 대체될 뿐, 피해보상절차만 더 복잡해지는 등 사회적 비용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자동차업계엔 위기일 수도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법(자배법)은 일단 배상책임을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 즉 보유자(운행자)에게 지운다. 피해 여부 입증을 보유자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조물 책임법은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 그러나 최첨단 자율주행차 결함을 피해자가 찾아내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국토부 등 관련 부처들은 자동차보험은 유지돼야 한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렇더라도 제조사는 앞으로 보유자와 함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제조물책임법은 입증 책임을 제조사가 지도록 바꿀 수밖에 없다고 한다. 더구나 형사로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등도 개정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은 보유자가 아닌 실제 운전자에게 사고 책임을 묻는다. AI 오류에 따른 사고라면 제조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 무인차 시대는 자동차업체에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준비 안 된 미래는 리스크일 뿐이다. 규제개혁은 꼴찌지만 대비는 선도적으로 해보자.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무인차는 자율주행차의 최종 단계다. 자율주행차는 통상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기준에 따라 0~4단계로 나뉜다. 얼마 전 사고가 난 테슬라 자율주행차는 3단계(제한된 자율주행)에 가깝다. 차량이 모든 기능을 제어하고 사람은 목적지만 입력하는 4단계가 무인차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까지 상용화하겠다는 자율주행차는 3단계다.
자동차보험 vs 제조물책임법
무인차가 몰고올 변화가 엄청나다. 당장 교통 사고는 자율주행차 3~4단계가 되면 90% 정도 줄어들 것이란 통계도 있다. 보완해야 할 법규와 제도가 한둘이 아니다. 자동차보험부터 그렇다. 일각에선 무용론이 나온다. 스스로 운행하는 무인차가 낸 사고에 보유자, 또는 운행지시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차량 결함인 만큼 자동차 제조사가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피해를 배상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사고 원인 규명부터 쉽지 않다. 아무리 무인차라도 도로·신호·교통 정보 자체의 오류, 통신 장애 등에 따른 사고라면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실제 원인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오작동이었더라도 그것을 입증하는 게 어렵다. 인공지능(AI)이 첨단화할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제조사에도 문제가 생긴다. 보험료만큼 차량 판매가격을 올려 받아야 할 텐데, 과연 몇 년치 보험료를 받느냐가 문제다. 10년치를 미리 받아도 무인차를 20년 운행한다면 10년 뒤엔 무보험차가 된다. 파산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제조사에 책임을 지워도 보험료 산출·부과, 사고 시 손실 분담 결정, 보상금 지급 등 자동차보험의 기능은 여전히 남는다. 굳이 보험사를 제쳐놓고 제조사에 보험 겸업을 강제하는 것은 난센스다. 자동차보험이 제조물책임보험으로 대체될 뿐, 피해보상절차만 더 복잡해지는 등 사회적 비용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자동차업계엔 위기일 수도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법(자배법)은 일단 배상책임을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 즉 보유자(운행자)에게 지운다. 피해 여부 입증을 보유자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조물 책임법은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 그러나 최첨단 자율주행차 결함을 피해자가 찾아내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국토부 등 관련 부처들은 자동차보험은 유지돼야 한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렇더라도 제조사는 앞으로 보유자와 함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제조물책임법은 입증 책임을 제조사가 지도록 바꿀 수밖에 없다고 한다. 더구나 형사로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등도 개정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은 보유자가 아닌 실제 운전자에게 사고 책임을 묻는다. AI 오류에 따른 사고라면 제조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 무인차 시대는 자동차업체에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준비 안 된 미래는 리스크일 뿐이다. 규제개혁은 꼴찌지만 대비는 선도적으로 해보자.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