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factbook] 홈쇼핑 '냉장고'는 정품이 아니라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가전제품 구매공식, '풀옵션과 깡통'을 대입하라
'카더라'의 정체성 찾기. 팩트북은 항간에 떠도는, 궁금한 채로 남겨진, 확실치 않은, 애매한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카더라'를 취재해 사실 여부를 가리는게 목표입니다. 전자·가전 관련 소비재에 대한 내용이 주로 다뤄지지만, 때에 따라 전혀 다른 분야에도 접근합니다. <편집자 주>
#1 주부 김윤숙(38)씨는 TV 홈쇼핑에서 양문형 프리미엄 냉장고를 구매했는데 최근 모임에서 찜찜한 소리를 들었다. 홈쇼핑에서 파는 냉장고는 백화점 제품과 달리 정품이 아니라서 저렴한 부품들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냉장고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야기를 들은 후 냉장고를 볼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2 직장인 옥승욱(37)씨는 부모님의 세탁기를 바꿔드리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 양판점, 홈쇼핑 등을 통해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백화점 제품이 품질면에서 가장 탁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드신 부모님이 사용하시는 제품이라 잔고장이 적을 것이란 생각도 구매요소로 작용했다. 옥씨는 양판점보다 비싸게 구매했지만,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
'싼게 비지떡'이란 말은 가전 제품에도 해당될까. 물론 500만원짜리 1000리터 냉장고에 100만원짜리 280리터 냉장고는 비지떡일 수 있다. 그러나 사양이 같은 동급 라인간에 생기는 가격차는 비지떡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그 기준이 품질일 경우에 말이다.
백화점 제품은 일반적으로 '비싸다'와 '신뢰'라는 이미지가 공존한다. 비싼만큼 값어치를 할 것이란 생각에서 비롯된 이미지다. 반대로 가격이 싼 양판점, 홈쇼핑의 제품들은 품질면에서 하자가 있을 수 있다는 눈초리를 받는 경우도 있다. 싼게 비지떡이란 말이 적용된 케이스다.
이런 경향은 앞서 든 사례처럼 많은 오해들을 양산했다. '백화점 TV는 좋은 부품을 사용해 품질이 좋다'던지 '양판점과 홈쇼핑의 핵심 부품은 싼 중국산을 쓴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돌고 돌아 구매의 결정적 요소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소문들에 따라 구매를 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주위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봐도 이런 사례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렇다면 정말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가전제품은 양판점, 홈쇼핑 등 다른 유통채널 제품과 품질 차이가 나는걸까? 그전에 짚고 넘어갈게 있다. 백화점용, 양판점용, 홈쇼핑용 가전은 따로 생산된다는 것이다. 다수의 소비자들은 이조차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양판점들과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홈쇼핑 업체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사에게 또 다른 고객이다. 이들은 가전사에게 전용 제품을 공급해달라고 요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채널들은 소비자에게 싸게 파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때문에 제품 단가를 낮춰서 만들어달란 식"이라고 말했다. 이런 요구들이 그렇다고 갑질은 아니다. 오히려 공생에 가깝다. 이로써 제조사는 물량을 확보하게 되고 유통채널은 영업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다시 품질 얘기를 하자면 백화점, 양판점, 홈쇼핑용 가전은 품질 때문에 가격차가 나는 게 아니다. '기능'의 차이로 보는게 맞다. 즉 양판점이나 홈쇼핑 등의 제품은 내구성이나 부속품의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단가를 낮추기 위해 부가 기능을 줄여 외관의 소재를 달리한 제품이란 말이다. 이른바 '전용모델'인 것. 판매처가 다양해지면서 업계 보호와 유통질서 유지 차원에서 가전사들이 각 유통점에 맞는 전용모델을 선보이게 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자동차는 같은 배기량 제품도 옵션마다 가격이 다르다. 풀옵션 차는 편의기능이 많아 옵션이 없는 소위 깡통차와 수백만원까지 가격차가 난다. 풀옵션차는 백화점, 깡통차는 양판점, 홈쇼핑의 제품으로 봐도 별 무리가 없다. 백화점에서 봤던 모델을 양판점에서 찾으면 디자인과 사양은 같지만 몇몇 차이점이 발견된다. 저렴한 가격만큼 기능도 빠져있다. 모델명도 약간 다르다.(간혹 모델명까지 같은 제품이 공급되기도 한다). 양판점용은 냉장고 내부에 살균청정 기능이 빠지기도 하고, 진공청소기의 경우 브러시 수가 줄기도 한다.
한 전자제품 양판점 관계자는 "냉장고는 손잡이 등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더 싼 재질로 쓰거나 LED라이팅처럼 없어도 될만한 기능을 빼면서 단가를 낮춘다"고 말했다. 예전엔 냉장고 외면 꽃 무늬 프린트를 몇 개 빼고 더 싸게 팔기도 했다.
양판점, 홈쇼핑은 가격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백화점은 가격적인 면에서 보다 자유롭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은 주요 고객층이 가격보다 기능과 디자인을 따진다"면서 "뭐든 하나라도 더 많은 기능과 장식이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양판점, 홈쇼핑, 백화점 모두 똑같은 정품이다. 핵심 부품도 같아 기본적인 품질 차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격적인 면에선 양판점이나 홈쇼핑이 좋고, 기능으로 보자면 백화점의 제품이 앞선다. 제품 본연의 기능을 중시한다면 부가기능이 빠진 양판점 제품을, 부가기능에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백화점 제품을 사면 된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소비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1 주부 김윤숙(38)씨는 TV 홈쇼핑에서 양문형 프리미엄 냉장고를 구매했는데 최근 모임에서 찜찜한 소리를 들었다. 홈쇼핑에서 파는 냉장고는 백화점 제품과 달리 정품이 아니라서 저렴한 부품들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냉장고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야기를 들은 후 냉장고를 볼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2 직장인 옥승욱(37)씨는 부모님의 세탁기를 바꿔드리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 양판점, 홈쇼핑 등을 통해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백화점 제품이 품질면에서 가장 탁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드신 부모님이 사용하시는 제품이라 잔고장이 적을 것이란 생각도 구매요소로 작용했다. 옥씨는 양판점보다 비싸게 구매했지만,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
'싼게 비지떡'이란 말은 가전 제품에도 해당될까. 물론 500만원짜리 1000리터 냉장고에 100만원짜리 280리터 냉장고는 비지떡일 수 있다. 그러나 사양이 같은 동급 라인간에 생기는 가격차는 비지떡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그 기준이 품질일 경우에 말이다.
백화점 제품은 일반적으로 '비싸다'와 '신뢰'라는 이미지가 공존한다. 비싼만큼 값어치를 할 것이란 생각에서 비롯된 이미지다. 반대로 가격이 싼 양판점, 홈쇼핑의 제품들은 품질면에서 하자가 있을 수 있다는 눈초리를 받는 경우도 있다. 싼게 비지떡이란 말이 적용된 케이스다.
이런 경향은 앞서 든 사례처럼 많은 오해들을 양산했다. '백화점 TV는 좋은 부품을 사용해 품질이 좋다'던지 '양판점과 홈쇼핑의 핵심 부품은 싼 중국산을 쓴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돌고 돌아 구매의 결정적 요소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소문들에 따라 구매를 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주위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봐도 이런 사례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렇다면 정말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가전제품은 양판점, 홈쇼핑 등 다른 유통채널 제품과 품질 차이가 나는걸까? 그전에 짚고 넘어갈게 있다. 백화점용, 양판점용, 홈쇼핑용 가전은 따로 생산된다는 것이다. 다수의 소비자들은 이조차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양판점들과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홈쇼핑 업체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사에게 또 다른 고객이다. 이들은 가전사에게 전용 제품을 공급해달라고 요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채널들은 소비자에게 싸게 파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때문에 제품 단가를 낮춰서 만들어달란 식"이라고 말했다. 이런 요구들이 그렇다고 갑질은 아니다. 오히려 공생에 가깝다. 이로써 제조사는 물량을 확보하게 되고 유통채널은 영업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다시 품질 얘기를 하자면 백화점, 양판점, 홈쇼핑용 가전은 품질 때문에 가격차가 나는 게 아니다. '기능'의 차이로 보는게 맞다. 즉 양판점이나 홈쇼핑 등의 제품은 내구성이나 부속품의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단가를 낮추기 위해 부가 기능을 줄여 외관의 소재를 달리한 제품이란 말이다. 이른바 '전용모델'인 것. 판매처가 다양해지면서 업계 보호와 유통질서 유지 차원에서 가전사들이 각 유통점에 맞는 전용모델을 선보이게 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자동차는 같은 배기량 제품도 옵션마다 가격이 다르다. 풀옵션 차는 편의기능이 많아 옵션이 없는 소위 깡통차와 수백만원까지 가격차가 난다. 풀옵션차는 백화점, 깡통차는 양판점, 홈쇼핑의 제품으로 봐도 별 무리가 없다. 백화점에서 봤던 모델을 양판점에서 찾으면 디자인과 사양은 같지만 몇몇 차이점이 발견된다. 저렴한 가격만큼 기능도 빠져있다. 모델명도 약간 다르다.(간혹 모델명까지 같은 제품이 공급되기도 한다). 양판점용은 냉장고 내부에 살균청정 기능이 빠지기도 하고, 진공청소기의 경우 브러시 수가 줄기도 한다.
한 전자제품 양판점 관계자는 "냉장고는 손잡이 등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더 싼 재질로 쓰거나 LED라이팅처럼 없어도 될만한 기능을 빼면서 단가를 낮춘다"고 말했다. 예전엔 냉장고 외면 꽃 무늬 프린트를 몇 개 빼고 더 싸게 팔기도 했다.
양판점, 홈쇼핑은 가격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백화점은 가격적인 면에서 보다 자유롭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은 주요 고객층이 가격보다 기능과 디자인을 따진다"면서 "뭐든 하나라도 더 많은 기능과 장식이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양판점, 홈쇼핑, 백화점 모두 똑같은 정품이다. 핵심 부품도 같아 기본적인 품질 차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격적인 면에선 양판점이나 홈쇼핑이 좋고, 기능으로 보자면 백화점의 제품이 앞선다. 제품 본연의 기능을 중시한다면 부가기능이 빠진 양판점 제품을, 부가기능에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백화점 제품을 사면 된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소비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