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겸 롯데쇼핑 사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겸 롯데쇼핑 사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 인사인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25일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의 출국을 금지했다. 그룹 2인자인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은 26일 소환조사를 받는다. 그룹 핵심 인물의 소환이 이어지면서 신 회장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 경영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롯데수사팀은 이날 황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오전 9시20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온 황 사장은 신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롯데건설이 3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이어지는 질문에는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대답하고 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은 황 사장을 상대로 신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여부와 횡령, 배임, 계열사 부당 지원 등 경영 비리 의혹 전반을 조사했다.

황 사장은 일본 노무라증권에 다니던 신 회장이 1990년 한국으로 와 호남석유화학에서 경영수업을 받을 때 직속 부하로 일했다. 1995년 신 회장이 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으로 옮기면서 황 사장을 기조실 국제부장으로 임명했을 만큼 신임이 두텁다. 검찰은 그룹 내 의사 결정에 깊숙이 관여한 황 사장이 계열사 인수합병(M&A) 과정 등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황 사장에 이어 이 부회장을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배임 혐의를 중심으로 조사할 것”이라며 “롯데건설 등 계열사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정책본부로 유입됐는지, 이 부회장이 여기에 개입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계열사 차원에서 조성하기엔 비자금 규모가 크다고 보고 정책본부 차원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황 사장과 이 부회장 등 그룹 핵심 인물이 연이어 소환되면서 신 회장 조사도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롯데그룹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 당시 신 회장 자택과 집무실을 포함시키며 신 회장이 수사의 정점에 있음을 내비쳤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