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이 목숨을 끊으면서 그룹 총수 일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갈림길에 섰다.

이 부회장의 자살로 비리 규명을 위한 핵심 연결고리가 끊어져 2달 반 동안 이어진 의혹 수사가 급제동이 걸렸다. 이 부회장의 자살이 이번 수사의 핵심인 비자금 의혹 규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이 6월 수사에 본격 착수할 때 핵심은 비자금 조성 여부와 규모였다. 일각에선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추측도 나왔다.

검찰은 수사 초반 비자금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한 사흘 뒤인 6월13일 현금 30억원과 금전출납부 등의 서류가 든 신격호 총괄회장의 금고를 발견했다고 공개했다.

총수 일가의 자금관리 임원에게서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매년 계열사에서 300억원대 자금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더 나아가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화학 원료를 수입하면서 일본 롯데물산을 거래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파헤쳤다.

하지만 속전속결로 전개되는 듯했던 수사는 이후 검찰 기대와는 달리 흘렀다.

신 회장 등이 받았다는 300억원대 자금은 급여와 배당금 명목이라는 해명이 나왔다.

롯데케미칼의 이른바 '통행세 비자금' 의혹 규명도 일본 롯데 측의 자료 제출 거부로 난항을 겪었다.

롯데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지배구조 및 금융거래 경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자금 추적이 쉽지 않다는 말도 나돌았다.

검찰은 롯데건설에서 500억원대 비자금 단서를 찾았으나 정책본부나 총수 일가의 연관성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때 처벌받은 부분도 있어 어느 정도까지 새로운 성과로 잡힐지는 미지수다.

과거 여타 대기업 수사와 달리 롯데 수사에선 '내부 제보자·고발자'가 없는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정책본부 전·현직 지원실장으로 그룹 및 총수 일가 자금을 관리한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 이봉철 부사장 등은 모두 비자금 존재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도 배임 등 일부 혐의는 시인했지만, 비자금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숨진 데다 유서에서 "비자금은 없다"고 주장해 수사가 더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소문만 무성한 제2 롯데월드 로비 의혹 수사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검찰은 수사 착수설을 부인하지만, 한편으론 비자금을 수사하면서 제2 롯데월드와 관련성을 유심히 살펴본다는 설도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장례 일정 등을 고려해 향후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일단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 씨 등에 대한 조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결국, 핵심은 총수인 신 회장의 처벌 방향과 수위다.

현재 친·인척 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계열사 부당 지원, 계열사 간 알짜 자산의 헐값 이전을 통한 재산 증식 등의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죽음과 경영활동상 필요성 등을 고려해 거액의 횡령이나 비자금 조성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구속영장 청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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