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교향곡', 1000명이 뿜어낸 환희와 구원의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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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오라, 창조의 성령이여(Veni, creator spiritus).”
어떤 음악 공연의 첫 소절보다 강렬했다. 파이프오르간 선율과 함께 ‘Veni’란 말이 쏟아진 순간부터 압도적인 하모니가 펼쳐졌다. 1000명이 뿜어내는 거대한 환희와 구원의 울림은 회오리처럼 공연장을 휘감았다. 지난 27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구스타프 말러의 ‘천인교향곡(교향곡 8번)’ 공연은 새로운 차원의 웅장함을 보여주며 국내 클래식의 역사를 다시 썼다. 이 공연에는 지휘자 임헌정과 141명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타, 솔리스트(독창자) 8명, 국립합창단을 비롯한 19개 합창단(850명)이 함께했다. 국내 클래식 공연 사상 최대 출연진이다.
중간 휴식(인터미션) 없이 80분 동안 이어진 대작 연주에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어린이 합창단의 목소리가 더해질 때면 천국에 와 있는 기분까지 들었다. 시각적으로도 특별했다. 총 객석 2036석의 40%에 달하는 850석이 합창단원으로 채워지고, 객석 2층 꼭대기에는 금관 밴드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거대한 만큼 소리에 대한 부담감도 느껴졌다. 많은 인원이 한번에 내는 소리의 잔향(음이 반사돼 연주와 합창 뒤에도 실내에 남는 울림)이 매우 강했다. 롯데콘서트홀의 잔향은 다른 클래식홀보다 길기 때문에 울림이 지속됐다.
정교함도 다소 떨어졌다. 합창단의 음량이 너무 커서 솔리스트들의 목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묻혔다. 일부 솔리스트는 성량이 부족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폭발적인 음성을 내는 1부와 달리 2부에선 서정적이고 묵직하게 흘러가는데,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후반부엔 흡입력이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공연은 파우스트의 참회와 구원을 한 편의 오페라처럼 펼쳐 보이며,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고 훌륭하게 무대를 마무리했다. 객석에서는 환호가 쏟아졌고, 일부 관객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1000명의 사람들. 이들을 모으는 일 자체가 힘들 뿐만 아니라 이들의 마음과 목소리를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이를 ‘기적’이라고 말하던 지휘자 임헌정의 얘기처럼, 인간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에너지를 한데 끌어모은 폭발적인 무대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어떤 음악 공연의 첫 소절보다 강렬했다. 파이프오르간 선율과 함께 ‘Veni’란 말이 쏟아진 순간부터 압도적인 하모니가 펼쳐졌다. 1000명이 뿜어내는 거대한 환희와 구원의 울림은 회오리처럼 공연장을 휘감았다. 지난 27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구스타프 말러의 ‘천인교향곡(교향곡 8번)’ 공연은 새로운 차원의 웅장함을 보여주며 국내 클래식의 역사를 다시 썼다. 이 공연에는 지휘자 임헌정과 141명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타, 솔리스트(독창자) 8명, 국립합창단을 비롯한 19개 합창단(850명)이 함께했다. 국내 클래식 공연 사상 최대 출연진이다.
중간 휴식(인터미션) 없이 80분 동안 이어진 대작 연주에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어린이 합창단의 목소리가 더해질 때면 천국에 와 있는 기분까지 들었다. 시각적으로도 특별했다. 총 객석 2036석의 40%에 달하는 850석이 합창단원으로 채워지고, 객석 2층 꼭대기에는 금관 밴드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거대한 만큼 소리에 대한 부담감도 느껴졌다. 많은 인원이 한번에 내는 소리의 잔향(음이 반사돼 연주와 합창 뒤에도 실내에 남는 울림)이 매우 강했다. 롯데콘서트홀의 잔향은 다른 클래식홀보다 길기 때문에 울림이 지속됐다.
정교함도 다소 떨어졌다. 합창단의 음량이 너무 커서 솔리스트들의 목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묻혔다. 일부 솔리스트는 성량이 부족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폭발적인 음성을 내는 1부와 달리 2부에선 서정적이고 묵직하게 흘러가는데,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후반부엔 흡입력이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공연은 파우스트의 참회와 구원을 한 편의 오페라처럼 펼쳐 보이며,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고 훌륭하게 무대를 마무리했다. 객석에서는 환호가 쏟아졌고, 일부 관객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1000명의 사람들. 이들을 모으는 일 자체가 힘들 뿐만 아니라 이들의 마음과 목소리를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이를 ‘기적’이라고 말하던 지휘자 임헌정의 얘기처럼, 인간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에너지를 한데 끌어모은 폭발적인 무대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