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아프리카서 '친일인재' 1000만명 키운다
‘자원의 보고’ 아프리카에서 일본과 중국 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앞으로 3년간 아프리카에 민·관 합쳐 3조엔(약 33조원)을 투자하고, 1000만명 인재를 육성할 방침을 발표했다. 자금 규모에선 이미 3년간 600억달러(약 70조원) 지원 의사를 밝힌 중국을 압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지원의 ‘질’을 강조하고 중장기적 차원에서 친(親)일 인재를 양성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에 우호적인 인재육성

28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27~28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6회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 기조연설에서 이 같은 지원책을 발표했다. TICAD는 1993년부터 5년마다 일본에서 열렸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아프리카에서 개최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앞줄 왼쪽 두 번째)가 27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일본 주도로 열린 ‘제6회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 참석해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세 번째),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네 번째) 등 아프리카 각국 정상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나이로비EPA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앞줄 왼쪽 두 번째)가 27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일본 주도로 열린 ‘제6회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 참석해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세 번째),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네 번째) 등 아프리카 각국 정상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나이로비EPA연합뉴스
투자 규모(3년간 3조엔)는 향후 5년간 3조2000억엔을 지원하겠다는 2013년의 지원 방안을 개선한 것으로, 전체 금액은 비슷하지만 투자 기간은 더 짧다. 연간 투자금액으로 따지면 1.5배가량 불어났다. 일본 정부는 이 중 약 1조엔을 아프리카 인프라 개발에 투자하고 보건시스템 구축, 테러 대책 등에도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과거에는 일본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중심이었지만 이번에는 민간기업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프리카 지원책의 핵심은 1000만명 인재 육성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현장 지도자 1500명을 비롯해 현장 기술자 3만명, 감염대책 전문가 2만명 등이 핵심이다. 아베 총리는 “질 높고 강인하며 안정된 아프리카를 위해 일본은 1000만명 인재 육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성장을 이끌 인재 양성이란 명분이지만 속내는 일본에 우호적인 인재 육성을 노린 투자라는 관측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지원에 대해 “아프리카의 미래를 믿는 투자, 일본과 아프리카가 서로 성장해가기 위한 투자”라며 질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또 민·관이 공동으로 경제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일·아프리카 민관 경제포럼’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중국, 3년간 600억달러 ‘통 큰’ 지원

일본의 이 같은 행보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1950년대부터 반(反)식민지·반제국주의 노선을 앞세워 아프리카 국가와 우호관계를 형성해왔다. 2000년대 들어 아프리카의 경제성장 잠재력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매년 중국 최고지도부가 아프리카 주요국을 방문하는 등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중국과 아프리카 간 교역액은 지난해 2220억달러로 2000년 대비 21배로 급증했다. 최근 15년간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직접 투자도 연평균 37% 불어났다.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시진핑(習近平) 정부 들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시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실현하는 데 아프리카 국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작년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총회에서 아프리카 발전을 위해 3년간 600억달러 규모의 통 큰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아프리카 지원 프로젝트는 중국과 아프리카 간 산업협력, 아프리카의 농업 현대화 등을 내세웠지만 아프리카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 외교가 단순한 경제협력에서 정치·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 북동부의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베이징=김동윤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