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우 기자의 엔터프리즘] 한류(韓流) 시너지 낼 한풍(漢風)이 분다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한류 콘텐츠 제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에서 이는 ‘한풍(漢風)’이 주목받고 있다. 한풍은 한국 문화의 물결을 뜻하는 한류(韓流)와 비슷한 의미로 ‘중국 문화의 바람’을 뜻한다.

[유정우 기자의 엔터프리즘] 한류(韓流) 시너지 낼 한풍(漢風)이 분다
발원지는 지난해 CJ E&M 중화TV를 통해 국내에 선보인 중국드라마 ‘랑야방’(사진)이다. 이 드라마는 해당 방송국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다시보기’는 회당 최고 1만5000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 6월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원작 소설 랑야방도 드라마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출간 한 달 전 예약 판매만으로 인터넷서점 종합 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고, 2편과 3편이 나올 때마다 베스트 순위를 갈아치울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준기 아이유 주연으로 지난 29일 첫 방영된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보보경심)도 중국 소설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배경을 청나라에서 고려로 바꿔 제작한 이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 수출 역대 최고가인 회당 40만달러에 중국에 수출됐다. 회당 25만달러에 팔린 ‘태양의 후예’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이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경색된 중국 콘텐츠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의미있는 계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드라마는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쿠투더우’를 통해 동시 방영하고 있다.

한풍은 2014년 7월 방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간 경제통상협력을 강조하며 “한국의 한류와 중국의 한풍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하자”고 언급한 뒤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 일고 있는 한풍은 ‘중국 알기’에 나선 소비자 중심 현상이다.

국내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에서 시작된 한풍은 정치·사회적 이슈로 경색이 우려되는 한국과 중국 간 콘텐츠 교류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드라마 ‘보보경심’이 좋은 사례다. 드라마 방영과 함께 원작 소설의 국내 판매도 덩달아 늘고 있다. 한류와 한풍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균형감을 소비자 중심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볼 때다.

유정우 문화부 차장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