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일제강점기 회색인의 슬픈 고뇌 그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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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7일 개봉 액션영화 '밀정' 주연 송강호
실존인물 이중 첩자 황옥 모티프
독립군·친일파 사이 갈등 다뤄
"관객이 궁금해지도록 연기"
실존인물 이중 첩자 황옥 모티프
독립군·친일파 사이 갈등 다뤄
"관객이 궁금해지도록 연기"
“일제강점기 영화의 획일성에서 벗어나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줄 겁니다. 이전 영화들이 적과 아군의 이분법적 시각에서 접근했다면 이 작품은 혼돈의 시대에는 누구나 친일파가 될 수 있고, 밀정도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점이 이 작품의 독창성이죠. ”
송강호(49·사진)가 다음달 7일 개봉하는 액션영화 ‘밀정’(감독 김지운)의 주인공 이정출 역할을 했다. 제작비 140억원을 투입한 이 작품은 송강호가 맡은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이 무장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을 뿌리 뽑기 위해 리더 김우진(공유 분)에게 접근하면서 시작된다. 김우진도 역으로 이정출을 이용하기 위해 가까워지면서 두 사람은 삶과 죽음을 오가는 임무를 펼친다.
영화의 핵심은 의열단이 이정출을 포섭해 일본 고위 관료들에게 폭탄을 던지는 작전을 성공시키느냐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경찰과 독립군 사이에서 이중 첩자 노릇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실존 인물 황옥을 모티프로 창작한 작품이다.
“김지운 감독은 20년간 영화를 연출하면서 자주 사용한 화려한 테크닉을 이 영화에서는 완전히 배제했습니다. 진지한 서사와 텍스트에 집중한 거지요. 그의 전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달리 ‘밀정’은 일제강점기를 정통적인 시각으로 접근했어요. 감독 특유의 유머조차 절제했습니다.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지만 시대의 아픔을 담은 캐릭터가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까요.”
시사회에서 이 영화는 슬픈 역사를 절제된 시각으로 그렸다는 호평을 얻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촬영한 여성 독립투사의 죽음에 대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카메라는 시신의 손만 포착했어요. 이 작고 힘없는 손도 지켜주지 못했다는 역사적 아픔을 전달하려는 거죠. 더 영화적인 기법으로 자극적으로 연출할 수도 있었지만, 회화적으로 절제해 그려냈습니다.”
이정출은 조선인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일본 경찰로 편하게 살고 싶은 인간적인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일본 앞잡이 같다가도 독립군을 은밀히 지원하기도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입니다. ‘저 사람 마음속에 뭐가 있을까’ 관객이 궁금해지도록 연기했습니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내가 어떻게 변했을지 나도 모른다’는 대사도 있죠. ‘시대 변화에 따라 그도 변할 거야, 혹은 아닐 거야’라고 관객이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인물로 그리려고 했습니다.”
이정출과 김우진이 술집에서 만나 진심과 거짓을 섞어가며 ‘호형호제’하는 장면은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 한 다리 건너면 모두 형과 동생이 될 수 있는 핏줄이란 점이 단순히 임무로만 구분되는 서구의 스파이영화와는 다르다. 두 인물은 누구나 진심을 감추고 살았던 일제강점기의 슬픈 역사를 대변한다.
‘덕혜옹주’ ‘암살’ 등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최근 잇달아 히트하고 있는 이유를 물었다.
“영화가 산업화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적은 예산을 투입했던 이전에는 일제강점기를 제대로 복원하지 못했습니다. 지엽적이고 작은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제는 과감하게 투자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 관객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송강호(49·사진)가 다음달 7일 개봉하는 액션영화 ‘밀정’(감독 김지운)의 주인공 이정출 역할을 했다. 제작비 140억원을 투입한 이 작품은 송강호가 맡은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이 무장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을 뿌리 뽑기 위해 리더 김우진(공유 분)에게 접근하면서 시작된다. 김우진도 역으로 이정출을 이용하기 위해 가까워지면서 두 사람은 삶과 죽음을 오가는 임무를 펼친다.
영화의 핵심은 의열단이 이정출을 포섭해 일본 고위 관료들에게 폭탄을 던지는 작전을 성공시키느냐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경찰과 독립군 사이에서 이중 첩자 노릇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실존 인물 황옥을 모티프로 창작한 작품이다.
“김지운 감독은 20년간 영화를 연출하면서 자주 사용한 화려한 테크닉을 이 영화에서는 완전히 배제했습니다. 진지한 서사와 텍스트에 집중한 거지요. 그의 전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달리 ‘밀정’은 일제강점기를 정통적인 시각으로 접근했어요. 감독 특유의 유머조차 절제했습니다.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지만 시대의 아픔을 담은 캐릭터가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까요.”
시사회에서 이 영화는 슬픈 역사를 절제된 시각으로 그렸다는 호평을 얻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촬영한 여성 독립투사의 죽음에 대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카메라는 시신의 손만 포착했어요. 이 작고 힘없는 손도 지켜주지 못했다는 역사적 아픔을 전달하려는 거죠. 더 영화적인 기법으로 자극적으로 연출할 수도 있었지만, 회화적으로 절제해 그려냈습니다.”
이정출은 조선인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일본 경찰로 편하게 살고 싶은 인간적인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일본 앞잡이 같다가도 독립군을 은밀히 지원하기도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입니다. ‘저 사람 마음속에 뭐가 있을까’ 관객이 궁금해지도록 연기했습니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내가 어떻게 변했을지 나도 모른다’는 대사도 있죠. ‘시대 변화에 따라 그도 변할 거야, 혹은 아닐 거야’라고 관객이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인물로 그리려고 했습니다.”
이정출과 김우진이 술집에서 만나 진심과 거짓을 섞어가며 ‘호형호제’하는 장면은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 한 다리 건너면 모두 형과 동생이 될 수 있는 핏줄이란 점이 단순히 임무로만 구분되는 서구의 스파이영화와는 다르다. 두 인물은 누구나 진심을 감추고 살았던 일제강점기의 슬픈 역사를 대변한다.
‘덕혜옹주’ ‘암살’ 등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최근 잇달아 히트하고 있는 이유를 물었다.
“영화가 산업화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적은 예산을 투입했던 이전에는 일제강점기를 제대로 복원하지 못했습니다. 지엽적이고 작은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제는 과감하게 투자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 관객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