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0~50국서 선박 억류·입항 거부…한진해운, 출항 전면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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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발 물류대란
수출입 최소 3개월 차질
채권자 "용선료 등 7천억 갚아라" 화물 볼모 잡아
TV·가전업계, 대체 선박 확보에 '발등의 불'
정부 "수출 중단 항로에 대체 선박 긴급 투입"
수출입 최소 3개월 차질
채권자 "용선료 등 7천억 갚아라" 화물 볼모 잡아
TV·가전업계, 대체 선박 확보에 '발등의 불'
정부 "수출 중단 항로에 대체 선박 긴급 투입"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우려했던 물류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한진해운 마크를 단 선박에 대한 가압류와 입항 거부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해상 운임도 뛰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이 적어도 2~3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진해운 선박 곳곳에서 시련
싱가포르 선주 PIL은 31일 한진해운에 빌려준 ‘한진멕시코’의 부산항 입항을 막았다. 이 배는 당초 이날 부산항에 들어와 하역 작업을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PIL은 “연체한 선박 임대료를 낼 때까지 선박을 마음대로 못 쓴다”며 실력 행사에 나섰다. 통상 배를 빌려준 선주들은 선박에 자사 선장을 파견한다. 이 때문에 비상 상황이 벌어지면 선박 항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하루 전인 30일에는 싱가포르 법원에 의해 ‘한진로마호’가 가압류됐다. 국내 검수업체 S사가 “검수료 3개월치를 체불했다”며 억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샤먼, 싱강, 닝보와 스페인 발렌시아, 미국 사바나, 캐나다 프린스루퍼트 등에 있는 항만 터미널에서도 한진해운 선박은 입항이 거부됐다. 밀린 항만 이용료 탓이다. 선박에 실린 기름을 회수하기 위해 선박 억류에 나선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보유 선단은 157척이다. 자사 소유 64척, 빌린 선박 93척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가압류와 입항 거부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진해운이 연체한 선박 임대료와 항만 이용료, 유류비, 컨테이너리스료만 7000억원에 달한다. 모 해운사 임원은 “한진해운이 운항 중 들르는 기항지는 세계 40~50개국에 퍼져 있다”며 “빚을 갚지 않자 채권자들이 곳곳에서 한진해운 선박이나 화물을 볼모로 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미국, 일본, 유럽 일부 국가와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 압류 금지를 함께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 운임 하루새 50% 이상 폭등
한진해운이 지난 30일부터 한국에서 출발하는 노선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해상 운임이 요동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주력 노선인 부산~미국 로스앤젤레스(LA) 간 컨테이너선 운임은 한진해운의 서비스 중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FEU(40피트 규모 컨테이너)당 1100달러 선에서 1700달러로 55%가량 뛰었다. 한국에서 파나마 운하를 거쳐 미국 동부 해안으로 가는 컨테이너 노선 운임은 FEU당 1600달러에서 하루 만에 50% 오른 2400달러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국지적으로는 운임이 훨씬 더 큰 폭으로 뛰기도 한다. 국내 모 대기업은 한진해운의 운항 중단으로 갑작스럽게 대체 해운사를 찾는 과정에서 시세의 두 배 가격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퇴출로 선박 운항이 줄어들면 선박 운임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출기업도 비상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특히 컨테이너선 운송 비중이 높은 TV, 가전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한국에서 북미로 수출하는 가전 물량의 40%, LG전자는 20%가량을 한진해운에 맡기고 있다. 삼성과 LG 모두 한진해운을 대체할 해운사 찾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는 부품사들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차 등 완성차업체는 주로 현대글로비스와 유럽계 유코카캐리어스를 통해 수출한다. 하지만 자동차부품은 컨테이너선으로 실어 나른다. 한국GM 관계자는 “GM이 글로벌 아웃소싱을 하기 때문에 일부 부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유, 화학, 철강은 벌크선이나 유조선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다. 하지만 급하게 대체 선박을 찾아야 하는 경우 운임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한진해운 퇴출로 국내 수출입 화주들이 입을 피해(추가 운송비)를 연 4407억원으로 추정했다.
안대규/주용석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한진해운 선박 곳곳에서 시련
싱가포르 선주 PIL은 31일 한진해운에 빌려준 ‘한진멕시코’의 부산항 입항을 막았다. 이 배는 당초 이날 부산항에 들어와 하역 작업을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PIL은 “연체한 선박 임대료를 낼 때까지 선박을 마음대로 못 쓴다”며 실력 행사에 나섰다. 통상 배를 빌려준 선주들은 선박에 자사 선장을 파견한다. 이 때문에 비상 상황이 벌어지면 선박 항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하루 전인 30일에는 싱가포르 법원에 의해 ‘한진로마호’가 가압류됐다. 국내 검수업체 S사가 “검수료 3개월치를 체불했다”며 억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샤먼, 싱강, 닝보와 스페인 발렌시아, 미국 사바나, 캐나다 프린스루퍼트 등에 있는 항만 터미널에서도 한진해운 선박은 입항이 거부됐다. 밀린 항만 이용료 탓이다. 선박에 실린 기름을 회수하기 위해 선박 억류에 나선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보유 선단은 157척이다. 자사 소유 64척, 빌린 선박 93척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가압류와 입항 거부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진해운이 연체한 선박 임대료와 항만 이용료, 유류비, 컨테이너리스료만 7000억원에 달한다. 모 해운사 임원은 “한진해운이 운항 중 들르는 기항지는 세계 40~50개국에 퍼져 있다”며 “빚을 갚지 않자 채권자들이 곳곳에서 한진해운 선박이나 화물을 볼모로 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미국, 일본, 유럽 일부 국가와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 압류 금지를 함께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 운임 하루새 50% 이상 폭등
한진해운이 지난 30일부터 한국에서 출발하는 노선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해상 운임이 요동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주력 노선인 부산~미국 로스앤젤레스(LA) 간 컨테이너선 운임은 한진해운의 서비스 중단 소식이 전해지면서 FEU(40피트 규모 컨테이너)당 1100달러 선에서 1700달러로 55%가량 뛰었다. 한국에서 파나마 운하를 거쳐 미국 동부 해안으로 가는 컨테이너 노선 운임은 FEU당 1600달러에서 하루 만에 50% 오른 2400달러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국지적으로는 운임이 훨씬 더 큰 폭으로 뛰기도 한다. 국내 모 대기업은 한진해운의 운항 중단으로 갑작스럽게 대체 해운사를 찾는 과정에서 시세의 두 배 가격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퇴출로 선박 운항이 줄어들면 선박 운임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출기업도 비상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특히 컨테이너선 운송 비중이 높은 TV, 가전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한국에서 북미로 수출하는 가전 물량의 40%, LG전자는 20%가량을 한진해운에 맡기고 있다. 삼성과 LG 모두 한진해운을 대체할 해운사 찾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는 부품사들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차 등 완성차업체는 주로 현대글로비스와 유럽계 유코카캐리어스를 통해 수출한다. 하지만 자동차부품은 컨테이너선으로 실어 나른다. 한국GM 관계자는 “GM이 글로벌 아웃소싱을 하기 때문에 일부 부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유, 화학, 철강은 벌크선이나 유조선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다. 하지만 급하게 대체 선박을 찾아야 하는 경우 운임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한진해운 퇴출로 국내 수출입 화주들이 입을 피해(추가 운송비)를 연 4407억원으로 추정했다.
안대규/주용석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