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으로 둘러싸인 서산 도심
논밭으로 둘러싸인 서산 도심
서산시는 ‘미완의 도시’다. 하지만 성장을 위한 충분한 잠재력을 갖췄다. 수출 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고 인구가 늘고 있으며, 중국이라는 거대한 관광시장을 지척에 두고 있다.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는 얘기다. 도시 전문가들은 아직 덜 완성돼 있다는 점이 서산의 매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충남의 ‘조용한 오지’로 불린 서산시가 서해안 시대를 맞아 석유화학과 자동차산업을 토대로 국제 물류 허브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서산시는 허브도시에 걸맞은 위상을 갖추기 위해 교통 인프라 확충 및 도시 규모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서산시 인구는 17만3790명이다. 7년 전인 2009년(16만1238명)보다 1만2000명가량 늘었다. 2010년 이후 서산테크노밸리와 자동차산업단지 등이 잇달아 조성되면서 주변 지역에서 인구가 유입되고 있어서다. 같은 충남 지역의 대표 산업도시인 천안시(65만명)를 따라잡기 위해 서산시는 인구 증가를 시정의 핵심 과제로 세워놨다.
[대한민국 도시 이야기-서산] 도로·항로·하늘길 뚫리는 서산…미완서 '완생의 도시'로 탈바꿈
인구 유입을 위해 서산시가 공을 들이는 분야는 각종 ‘인프라’ 확충이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대산산업단지까지 연장하는 대산~당진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서해안고속도로 남당진 분기점에서 서산시 대산읍 화곡리까지 24㎞(왕복 4차선) 구간을 신설하는 사업이다. 6502억원의 건설비용이 들어간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대산항의 편리한 물류 이동뿐 아니라 인근 지역 인구를 대거 흡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산~당진 고속도로 사업은 지난 7월 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했다.

이와 함께 서산시는 충청남도와 함께 공군 활주로가 있는 서산비행장에 민간 항공기 유치를 추진 중이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민간 비행장이 없는 곳은 충남이 유일하다. 내년 중국을 잇는 국제 여객선이 취항하는 대산항과 함께 중국인 관광객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 서산시의 설명이다. 이 시장은 “대산~당진 고속도로와 함께 서산비행장에 민간 항공기를 유치하면 서산은 육·해·공에서 모두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로 떠오를 수 있다”며 “인구 흡수를 통한 도시 규모를 확장해 서해안의 허브도시에 걸맞은 위상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산시가 또 하나 야심차게 추진 중인 사업은 신도시 조성이다. 대표 번화가인 중앙로는 주말에도 한산할 정도로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점차 잃고 있다. 중앙로에서 10년째 시계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시청에서 예산을 들여 중앙로를 잘 정비했지만 서산시 인구가 적다 보니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털어놨다.

서산의 전통적인 인구 밀집지역은 서산시청과 서산버스터미널이 있는 부춘동 인근이다. 상권이 몰린 부춘동을 중심으로 아파트 등 주거단지가 조성돼 있다. 부춘동에서 자동차로 5분여만 가도 주변에 드넓은 논이 펼쳐진 광경을 볼 수 있다. 반경 수㎞에 불과한 서산 도심을 드넓은 논밭이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다.

일반적으로 지방 도시들은 시청과 버스터미널이 있는 구(舊)도심과 도시 외곽 지역에 조성된 신(新)도심으로 상권 및 주거단지가 구분된다. 하지만 서산은 다른 도시와 달리 신도심이 아직 없다. 예천동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2010년대 들어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있지만 기존 구도심 옆에 있어 신도심으로 보기는 어렵다.

예천동에 있는 북극성공인사무소의 류영환 중개사는 “아직까지 신도시가 없다는 건 바꿔 말하면 앞으로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서산에 자동차 및 바이오·웰빙특구가 잇달아 조성되면서 개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산=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