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0.4% 상승…16개월 만에 최저라고? 전기료 한시 인하가 낳은 '물가 착시'
통계청이 1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4%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4월(0.4%) 이후 1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8월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린 건 역설적이게도 요금 폭탄 논란이 일고 있는 전기료다.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481개 중 8월 가격 하락폭이 가장 큰 것은 전기요금으로 1년 전보다 12.9% 하락했다. 물가지수를 산정할 때 품목별 가중치는 전기·수도 등 주택생활요금이 가장 높다. 가중치가 높은 만큼 물가 전체를 떨어뜨린 영향이 컸다.

이는 소비자들의 체감물가와는 큰 괴리가 있다.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가정에서 전기료 폭탄을 우려하고 있는데 전기요금이 오히려 물가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은 물가지수 산정 기준에 있다.

통계청은 물가지수를 산정할 때 품목별 단가를 기준으로 기여분을 구한다. 8월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이 늘었더라도 ㎾당 단가가 떨어졌다면 물가에는 하락으로 반영된다. 정부는 지난달 11일 7~9월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는 식으로 단가를 깎아주기로 했다. 아직 8월 사용분 전기요금 고지서는 발송되지 않았지만, 통계청은 8월 소비자물가를 집계하면서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분을 미리 반영한 것이다.

만약 전기요금 착시가 없었다면 8월 물가는 어떻게 됐을까.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전기요금의 가중치를 고려할 때 전기요금 인하분은 8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39%포인트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기료를 내리지 않았다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가 아니라 0.8%가 됐을 것이란 얘기다. 이는 7월 물가상승률(0.7%)보다 높은 것이다.

전기요금은 한국전력이 조정하지 않으면 물가지수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한시적 조치가 없던 6월 소비자물가에서 전기요금 기여분은 0으로 기록돼 있다. 반면 유가연동제를 채택하고 있는 도시가스요금은 두 달마다 유가 변화를 반영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