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대형주가 주춤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고수익 저평가주’가 주목받고 있다.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유지하는데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낮은 종목들이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가치주 부진이 계속된 만큼 저평가된 가치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저평가된 주식에 골라 투자하는 67개 주식형 가치주펀드의 수익률(연초 이후 지난달 31일까지)은 -0.14%를 기록했다. 대표 가치주펀드인 KB밸류포커스와 한국밸류10년투자 등은 올 들어 -2.19%와 -4.72%의 수익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4.00%)보다 낮은 수치다.

지난해 바이오·중소형주의 상승이 돋보인 데 이어 올해 대형주 장세가 이어지면서 최근 2년 동안 가치주펀드 수익률이 부진했다. 그러나 남은 하반기엔 저평가된 가치주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1990년대 이후 성장주 장세가 2년 이상 지속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높은 ROE를 유지하면서 저평가돼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손바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종목 중 올해 예상 ROE가 10% 이상이면서 12개월 예상 PBR이 1배 미만인 종목은 11개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하면서 전통적 금리인상 수혜주인 금융 업종이 7개로 가장 많았다. 한화손해보험 K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동부화재 등 5개 보험사와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포함됐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1년간 얼마를 벌어들였는지를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PBR은 주가를 순자산가치(NAV)로 나눈 값으로, 1배 미만이면 그 기업을 청산했을 때 가치보다 주가가 낮을 정도로 저평가돼 있음을 의미한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평균 PBR은 0.92배 수준이다. ROE가 양호하면서 PBR이 낮다면 수익성이 있고 주가 상승 여력이 큰 종목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두 자릿수 ROE를 유지하면서도 PBR이 0.5배 안팎에 머물고 있는 유틸리티 업종도 대표적인 저평가 가치주로 꼽힌다. 올해 예상 PBR이 1 안팎이면서 높은 ROE를 유지하는 지주사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솔제지는 12개월 예상 PBR이 0.84배이지만 ROE는 17.56%에 달한다”며 “실적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주가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