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에 2000원 하는 저가주스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용량을 속였다’거나 ‘식품첨가제를 넣은 사실을 숨겼다’는 각종 논란 속에서도 저가주스 전문점은 매달 100개씩 늘고 있다. 하지만 폭염 때문에 주스 수요가 급증하자 대기업까지 저가주스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스 비수기인 겨울철에 접어들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겨울엔 어쩌려고…월 100개씩 생기는 저가주스점
◆악재 속에서도 급성장

저가주스 프랜차이즈 1위인 쥬씨는 올 들어 고속 성장했다. 작년 말 284개이던 가맹점 수를 지난달 말 650개로 8개월 만에 128% 늘렸다. 후발 업체의 성장 속도는 더 빠르다. 2위 업체인 쥬스식스의 가맹점은 작년 말 95개에서 지난달 말 300개로 급증했다. 지난해 말 10개에 불과하던 떼루와 가맹점도 8개월 만에 140개로 늘었다.

이 기간 발생한 악재도 저가주스 가맹점 증가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 6월 쥬씨가 1L라고 홍보한 대용량 주스가 실제로는 800mL 안팎인 사실이 밝혀졌다. 쥬씨는 곧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용량 표기를 ‘1L’에서 ‘XL’로 바꿨다.

이어 첨가제 논란도 벌어졌다. 쥬씨는 사업 초기부터 “식품첨가제를 넣지 않은 천연주스를 판다”고 주장했지만 MSG(글루탐산 일나트륨)가 들어 있다는 게 확인됐다. 쥬시 측은 “쥬씨믹스라는 제품에 MSG가 0.05% 포함돼 있어 천연물질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악재가 잇따랐지만 쥬씨의 성장 속도는 더 빨라졌다. 6월 이후 석 달 동안 가맹점 수가 150개 이상 늘었다. 가장 더웠던 8월에만 100개가 증가했다. 폭염이 각종 논란을 잠재운 셈이었다.

저가주스가 인기를 끌자 떼루와와 주스탐, 쥬스킹, 곰브라더스 등 새로운 저가주스 업체가 속속 생겨났다. 파리바게뜨까지 6월 말 ‘어니스트 2500’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저가주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비수기인 올겨울이 고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맹료와 낮은 진입장벽도 저가주스 시장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쥬씨를 창업하는 데 평균 5180만원이 들고 킹콩쥬스는 4450만원의 창업비용이 든다고 알려졌다. 또 커피에 비해 제조가 쉽고 창업 교육 기간도 짧다고 업체들은 설명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장점만 믿고 저가주스 가맹점을 내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저가주스 가격이 2000원으로 마진율이 낮고 비교적 쉽게 창업할 수 있어 과잉경쟁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절적으로 주스 전문점 창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규태 세종사이버대 프랜차이즈 본사구축과정 교수는 “주스는 더운 여름철에 매출이 집중되는 한계가 있어 비수기인 겨울철에 맞는 신메뉴를 개발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쥬스식스 관계자는 “지난해엔 저가주스 열풍이 불어서 비수기 부담이 없었지만 올해는 MSG 논란 등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며 “가을 메뉴로 홍시주스를 선보였고 겨울엔 커피에 중점을 둬 매출 감소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은빛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