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저성장으로 고부가가치의 헬스케어 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 역량을 보유한 국가들은 앞다퉈 의료기술 수요가 있는 국가에 진출해 의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을 위한 판을 마련했다. 이제 'K-헬스'가 본격적으로 영토를 넓힐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의료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유치지원에 관한 법률'(의료해외진출법)에 대한 종합계획이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의료해외진출법은 해외 진출 의료기관의 금융 및 세제 지원안을 담고 있다.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의료진출 펀드와 한국수출입은행법·한국산업은행법에 따른 중소기업 수준의 자금공급 등 금융 지원을 추진하는 것이다.

의료해외진출법은 5년마다 연간 시행계획을 담은 종합계획을 마련토록 해, 지속적인 지원에 대한 근거도 마련했다. 또 의료 해외진출에 의료서비스 의료기술 의료인력 의료정보시스템 의약품 의료기기 등을 포함해 '패키지' 진출에 대한 지원을 가능토록 했다.

특히 해외 진출에 대한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모색이 가능해졌다.

2015년 말 기준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조사한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 누적건수는 총 141건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의료기술이나 브랜드 이전의 대가로 로열티를 수령하는 등 자본투자가 동반되지 않은 진출의 모습을 보였다. 보바스병원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재활센터 위탁 운영, 서울대학교병원의 병원정보시스템 '베스트케어 2.0' 수출 등의 진출이 위주였다.

이는 그동안 의료법에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을 명시한 근거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 병원이 의료기관 개설장소 외에서 의료업 금지, 비의료인 동업금지, 의료기관의 복수 개설운용 금지 등 의료법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또 현행법상 의료인(의사)을 제외하고 의료기관의 개설은 비영리법인만이 가능하다. 비영리법인은 영리 추구 금지 규정으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법률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부족한 자금여력으로 자본투자가 필요한 현지 병원 설립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의사가 설립한 개인병원 중심의 현지 병원 설립 사례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K-헬스'의 진정한 확산을 위해서는 단순 의료기술 수출보다는 자본투자를 동반한 현지 병원 설립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술 수출은 단기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그 효과가 한시적"이라며 "해외 병원 설립 및 운영은 장기적으로 이익 창출이 가능하고, 한국 병원 사업을 산업화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병원의 해외 진출은 또 국산 의료기기 및 의약품의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처럼 의료법상 영리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일본도 최근 의료법인의 원할한 해외 진출을 위해, 의료법인의 해외 출자를 허용하는 방침을 내놨다. 앞선 2014년 민관합동 의료 수출 지원기관인 '메디털 엑설런스 재팬(MEJ)'을 설립해 의료 해외 진출 지원에도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최근 들어 외국인 환자 유치 중심에서 병원 해외진출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진출 대상국 역시 동남아시아 중동 등 신흥국이어서 앞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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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헬스 굴기 (하)]"의료해외진출 특수목적법인 설립 허용해야"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