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시장 '판' 흔드는 친구들은…IT에 밝은 유학파·명문대 출신 30대 남성
부동산업계에 30대 돌풍이 불고 있다. 30대가 창업한 부동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크라우드펀딩, 공유 오피스, 부동산 중개 앱(응용프로그램) 등 신종 서비스를 앞세워 기존 업체를 위협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고 있다.

명문대 출신의 30대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크라우드펀딩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루프펀딩의 민충기 대표는 31세다. 미국 텍사스주립대를 나와 골드만삭스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30대 지인들과 함께 창업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인터넷 회원의 자금을 십시일반 모아 중소 규모 개발 사업자에 연 9~15% 금리로 빌려주는 상품이다. P2P(개인 간)대출이라고도 한다.

루프펀딩의 강점은 미국에서 도입한 알고리즘을 통해 개발 사업의 수익성을 분석한 뒤 대출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세대 분포, 연소득수준, 지역별 주택 공급량 등을 통해 수익성을 따진다. 민 대표는 “사채 등을 빌려 자금을 조달하는 100억원 이하 개발사업이 공략 대상”이라며 “기존 금융회사가 대출해주지 않는 틈새시장이어서 사업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사무실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스트파이브의 김대일 대표(33)도 30대다. 사무실 공유 서비스란 업무용 빌딩 전체나 일부를 빌린 뒤 이를 적절한 크기로 분할해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4월 서울 남부터미널역 인근에 1호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역삼역, 교대역 인근 등에서 모두 네 곳을 개점했다. 이 회사는 올해 안에 강북 도심권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부동산 중개 앱 분야에서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직방과 다방의 대표도 모두 30대다. 안성우 직방 대표(38)는 서울대 통계학과를 나와 엔씨소프트에서 근무했다.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의 한유순 대표(35)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게임회사인 게임빌과 게임하이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다 직장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다방을 설립했다.

사무용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인 알스퀘어를 이끌고 있는 이용균 부동산다이렉트 대표(33)는 서강대 경영대를 나와 부즈앤컴퍼니에서 일했다. 사무실을 찾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매물 추천부터 답사와 계약 체결까지 전 과정을 돕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수도권과 6대 광역시에 있는 8만여개 건물의 사무실 임대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신시장 개척

30대 부동산 스타트업은 대부분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금융회사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100억원 이하 부동산 개발사업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사무용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들은 대형 자산관리회사가 중소형 빌딩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점에 착안했다. 사무실 공유업체는 조기 은퇴 등으로 다양한 크기의 사무실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민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은 미국에선 일반화돼 있지만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며 “한국에서도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판단해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대규모 외부 투자를 이끌어 내거나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사례가 많다. 다만 아직까지 이들이 완전히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종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시장 개척에 성공하기 위해선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