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는 마치 시진핑의 위세를 과시하려는 행사로 기획된 것처럼 보인다. 굳이 시진핑의 정치적 고향인 항저우를 개최지로 택한 것도 그렇고 오늘 시진핑이 직접 대외 기자회견을 여는 것도 그렇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파리 기후협약에 비준하기로 약속하는 외형상 G2의 모양새를 갖춘 것도 중국의 위세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엊그제 시 주석 공약이 눈에 띈다. 그는 “중국은 세계 경제에 공헌할 자신이 있다”며 “개혁의 고통에서 비켜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는 데 대한 중국식 하소연이기도 했다.

지금 중국이 보여주는 내부지향적 모습과 시 주석의 대외적 약속이 매우 다르게 들리는 것 또한 현실이다. 개혁과 개방이라기보다는 폐쇄적 민족주의와 소아병적 패권주의에 매몰된 느낌이다. 북핵을 막기 위해 한국에 설치되는 사드를 두고 중국을 포위하려는 것이라며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중국해와 관련해서는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을 무시한 채 영토적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주변국들에 무역과 투자 등 경제적 위협을 통해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중국 내에서 거리낌 없이 쏟아지는 정도다.

한국의 한류 스타에 비자를 내주지 않으려 하고 중국에 진출한 베트남 기업에 무형의 압력을 보내고 있다. 일본이 센카쿠열도에서 조업하던 중국 선원들을 나포했다 해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고 한국이 마늘 관세를 올리자 휴대폰 수입을 중단하던 모습에서 한 걸음도 나아진 것이 없다.

한편 러시아의 푸틴이 한국과 일본에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푸틴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을 설득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12월엔 일본을 방문해 일·러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모습이다. 한국과 일본에 전력을 값싸게 공급하겠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서방에서 잃은 러시아의 지위를 동북아에서 만회하려는 전략일 것이다. 중국이 이 지역에서 만들어 내는 외교적 마찰을 푸틴이 적극 활용한다는 측면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