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편성된 ‘학교시설 개선비’를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사업에 쓸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해당 예산은 학교시설 개선 사업 외에는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다는 설명이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우회 지원 가능하다”

11조원 규모의 추경안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방교육청에 2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예비비 방식으로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학교 운동장의 납성분 우레탄트랙 교체(370억원) △섬마을 여교사를 위한 통합관사 신축(310억원) △학교 내진시설 보강 및 노후 화장실 교체(1320억원) 등 교육시설 개선 사업비를 예비비로 배정할 방침이다.

추경 통과 직후 야당은 해당 예산을 누리과정에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경 예산안에는 민생과 복지, 아이들 미래를 담보해야 하는 누리과정 비용에 대한 우회 지원까지 담아냈다”고 말했다.
추경서 편성한 지방교육청 예비비 2000억 '용도' 논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김태년 더민주 의원도 지난 1일 여야가 합의한 추경안을 설명하면서 “(해당 예산은) 항목을 정해서 지방교육청에 주지만 (당초 교육청이 잡은 같은 사업의 예산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교육청은 재정 운영 탄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경안에 누리과정 예산을 직접 책정하지는 않았지만 시·도교육청이 교육시설 개선 사업비 2000억원을 확보할 경우 애초 이 사업으로 잡아 놓았던 예산을 아껴 누리과정 관련 사업에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누리과정으로 전용 못한다”

야당 주장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해당 예산은 관련 법령상 학교시설 개선 사업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보조금 사업”이라며 “지방교육청이 운동장 교체 등 신규 사업에 2000억원 전액을 써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관련 예산을 아껴 누리과정이나 부채 상환에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지방교육청이 추가로 받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누리과정에 전액 편성하거나 지방교육채 상환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경 재원 11조원 중 9조8000억원은 초과 세수로 마련된다. 관련 법상 국세청이 징수하는 내국세의 20.17%는 지방교육청에 떼어 줘야 한다. 이에 따라 이번 추경으로 교부금 1조9000억원이 시·도교육청에 배분된다.

지난달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번 추경은 구조조정 관련이기 때문에 누리과정을 포함시키기 어렵다”며 “다만 늘어나게 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누리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갈등의 씨앗은 여전

누리과정 예산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매년 일부 지방교육청이 중앙정부에 관련 예산 전액을 요구하며 누리과정 편성을 거부하자, 정부는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강제할 방침이다. 하지만 야당은 관련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1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기로 했는데 이는 ‘지방교육재정 책임성 강화’라는 근본 취지와 배치된다”며 “교육재정 중 실질 가용재원이 대폭 줄어 유·초·중등교육 정상화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도 크다”고 우려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