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 세 번째 받아든 김인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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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김인식 감독(69)으로 결정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 김인식 기술위원장을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야구팬들은 김인식 감독 선임에 대해 환영과 함께 우려의 반응을 보였다. 백전노장 김 감독의 단기전 운용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마땅한 대체자가 없어 억지로 등 떠밀리듯 그가 다시 선임된 구도를 원하는 팬들은 많지 않다.
김인식 감독은 2006년 WBC 이후 7번의 야구 국제대회에서 세 차례나 지휘봉을 잡았다. 2017년 WBC는 네 번째다. 한국 야구 감독의 절반을 김 감독이 맡게 됐다. 그는 “구본능 KBO 총재가 다시 한 번 대표팀을 맡아달라고 부탁해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철저히 준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포스트 김인식’에 대한 논의가 없진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이 이룬 성과가 후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잘해도 본전이지만 못하면 망신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 감독에게 의지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2006년 WBC 1회 대회 때 사령탑에 오른 김인식 감독은 4강 신화를 이뤄내며 한국 야구의 증흥기를 열었다. 3년 뒤 열린 2회 대회에선 감독 선임 과정에 잡음이 있었다. 논란 속에 다시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한국팀을 결승 무대에 올려 놓았다. 아깝게 준우승에 머무른 그의 ‘위대한 도전’은 한국 야구사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그해 KBO리그 시즌이 끝난 뒤 김인식 감독은 본업이던 한화이글스 감독직을 내려놓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3년 열린 제3회 WBC는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다. 전년도 1위팀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여론 때문이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이란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은 다음해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WBC 조기 탈락의 수모를 씻었다. 류중일 감독 역시 명예를 회복했다. 하지만 류 감독이 두 대회 연속으로 대표팀을 이끌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소속팀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하는 프리미어 12 대회가 2015년 말 열릴 것으로 확정되자 이 문제는 공론화됐다. 야구계 안팎에서 전임 감독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결국 김인식 감독이 다시 부름을 받았다. 야구 국제대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올라간 상황에서 그는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사양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승으로 팬들의 믿음에 보답했다.
김인식 감독은 프리미어 12가 끝난 직후 “다음에도 불러준다면 감독직을 맡겠지만 젊은 감독들이 맡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KBO의 ‘김인식 의존증’을 다분히 염려한 발언이었다. KBO는 이번에도 김 감독을 다시 택했다.
2017년 WBC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1라운드가 열린다. 김인식 감독이 7년 전 이루지 못한 ‘위대한 도전’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그 여정을 이어간다. 동시에 사령탑 세대교체의 숙제도 이어가게 됐다. 성적이 올라갈수록 차기 감독 선임에 난항을 겪게 되는 딜레마 역시 다시 한 번 풀지 못하게 됐다. 4년 뒤 도쿄에서도 뇌경색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노 감독에게 의지하는 게 아닐지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야구팬들은 김인식 감독 선임에 대해 환영과 함께 우려의 반응을 보였다. 백전노장 김 감독의 단기전 운용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마땅한 대체자가 없어 억지로 등 떠밀리듯 그가 다시 선임된 구도를 원하는 팬들은 많지 않다.
김인식 감독은 2006년 WBC 이후 7번의 야구 국제대회에서 세 차례나 지휘봉을 잡았다. 2017년 WBC는 네 번째다. 한국 야구 감독의 절반을 김 감독이 맡게 됐다. 그는 “구본능 KBO 총재가 다시 한 번 대표팀을 맡아달라고 부탁해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철저히 준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포스트 김인식’에 대한 논의가 없진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이 이룬 성과가 후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잘해도 본전이지만 못하면 망신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 감독에게 의지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2006년 WBC 1회 대회 때 사령탑에 오른 김인식 감독은 4강 신화를 이뤄내며 한국 야구의 증흥기를 열었다. 3년 뒤 열린 2회 대회에선 감독 선임 과정에 잡음이 있었다. 논란 속에 다시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한국팀을 결승 무대에 올려 놓았다. 아깝게 준우승에 머무른 그의 ‘위대한 도전’은 한국 야구사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그해 KBO리그 시즌이 끝난 뒤 김인식 감독은 본업이던 한화이글스 감독직을 내려놓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3년 열린 제3회 WBC는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다. 전년도 1위팀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여론 때문이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이란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은 다음해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WBC 조기 탈락의 수모를 씻었다. 류중일 감독 역시 명예를 회복했다. 하지만 류 감독이 두 대회 연속으로 대표팀을 이끌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소속팀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하는 프리미어 12 대회가 2015년 말 열릴 것으로 확정되자 이 문제는 공론화됐다. 야구계 안팎에서 전임 감독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결국 김인식 감독이 다시 부름을 받았다. 야구 국제대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올라간 상황에서 그는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사양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승으로 팬들의 믿음에 보답했다.
김인식 감독은 프리미어 12가 끝난 직후 “다음에도 불러준다면 감독직을 맡겠지만 젊은 감독들이 맡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KBO의 ‘김인식 의존증’을 다분히 염려한 발언이었다. KBO는 이번에도 김 감독을 다시 택했다.
2017년 WBC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1라운드가 열린다. 김인식 감독이 7년 전 이루지 못한 ‘위대한 도전’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그 여정을 이어간다. 동시에 사령탑 세대교체의 숙제도 이어가게 됐다. 성적이 올라갈수록 차기 감독 선임에 난항을 겪게 되는 딜레마 역시 다시 한 번 풀지 못하게 됐다. 4년 뒤 도쿄에서도 뇌경색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노 감독에게 의지하는 게 아닐지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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