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투쟁 뿌리' 강조하며 한일접근 경계…'사드 불만' 우회표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음수사원은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한다'는 뜻으로 중국 남북조시대의 시인 유신(庾信·513~581)이 패망한 조국 양(梁) 나라를 그리워 하며 쓴 '징조곡(徵調曲)'이 출전이다.

'근원을 생각하고 그에 감사하라'는 의미의 고사를 회담 시작 직후 기자들이 배석한 상황에서 거론한 것이다.

이는 결국 한일 접근 및 한미일 공조에 대한 우려와 견제, 한중 밀월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 등을 담은 메시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한중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한일은 점점 접근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즉 작년 12월 한일 군위안부 합의가 최근 본격 이행됨으로써 한일관계 개선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회담에서 시 주석이 "일본의 침략"을 거론한 점, 중국이 독립운동 지도자 김구 선생을 도운 사실 등을 소개한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항일의 역사를 공유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중국의 인연을 강조함으로써 한일간의 접근에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더 나아가 북한 핵·미사일 도발 속에 한미일 안보 공조가 진전되는 상황에 대한 경계심과 사드 문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었다.

사드를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적극 동참하고 있는 '중국 포위망' 구축의 일환으로 보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과 한반도내 사드 배치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내포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음수사원'의 의미에 대해 "현재 한국의 번영에 중국이 기여했다는 의미를 담았거나 한국 현 정부의 근간인 임시정부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