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혜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대자동차그룹은 규제 대상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환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전망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더민주는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를 3년 내 해소하도록 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순환출자란 A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이 C기업에, C기업은 A기업에 다시 출자하는 식으로 3개 회사 이상이 돌려가며 출자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까지는 공정거래법에서 신규 순환출자분만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존에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대기업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 이후 현대차그룹은 3년 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야 한다.

더욱이 최근 롯데그룹 형제분쟁으로 순환출자 문제가 재점화된 데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를 형성하면서 '경제민주화'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내년 말 대선 이후 정국 및 규제환경 변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르면 올해 말부터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민주, 기존 순환출자 해소법 발의…현대차 지배구조 바뀔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환이 이루어질 경우 개편의 초점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및 승계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떤 그룹이든 지배구조 변환의 핵심은 경영권 승계에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환의 관건은 정 부회장의 지배구조 강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그룹 전반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이 순환출자 구조에서 매각 등을 통한 상당한 지분 변동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권의 근간이 되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등에 대한 지분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 현재 정 부회장은 현대차 2.3%, 기아차 1.74%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할 경우 정몽구 회장과 정 부회장의 지분이 크게 떨어져 경영권이 불안해진다.

결국 기존 순환출자가 금지되면 단순한 매각이 아닌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전면적으로 재편해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주회사를 만드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 부회장의 지분(23.3%) 비중이 높은 현대글로비스가 지주사 개편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자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요 계열사의 분할과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다"며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의 현물 출자 또한 가능성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가 각각 인적분할한 이후 3개 회사의 투자 부문 합병. 자료=하이투자증권 제공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가 각각 인적분할한 이후 3개 회사의 투자 부문 합병. 자료=하이투자증권 제공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각각 분할해 홀딩스(지주회사)를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연구원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3개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이후 3개 회사의 투자부문을 합병하는 방법"이라며 "이렇게되면 순환출자가 해소하는 동시에 현대차그룹의 홀딩스의 경우 순환출자 지분만큼 각각의 사업부문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 절차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그룹 홀딩스의 합병이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현대차그룹 홀딩스에 현물출자해 정 부회장이 지주회사인 현대차그룹 홀딩스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