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선화랑에 전시된 박현웅 씨의 목공예 회화 ‘안달루시아의 단편소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 전시된 박현웅 씨의 목공예 회화 ‘안달루시아의 단편소설’.
‘목공예 회화’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박현웅 씨(47)에겐 항상 ‘동심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20여년 전 외국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 만난 풍광과 삶이 그를 동화적 판타지에 빠져들게 했다. 왕눈깔사탕, 풍선, 아톰 인형, 꽃 등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린 시절 소중히 보관한 물건을 하나둘 추억을 되새기며 꺼내봤던 비밀스러운 보물 같다.

박씨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짧은 전시 기간에 한 작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는 뜻에서 전시 제목을 ‘뜻밖의 초대&오픈 작가의 방’으로 정했다. ‘뜻밖의 초대’는 계획되지 않은 전시라는 뜻이다. 두 달 전 갑작스럽게 화랑에서 연락해 전시가 이뤄졌다. 오는 1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동화적 판타지에 빠져들게 한 신작과 일기,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손바닥 크기로 그린 소품 등 50여점을 걸었다. 작업실 책상도 그대로 전시장에 옮겨 놓았다. 작업 과정도 영상으로 보여준다.

박씨는 그동안 금속 재료로는 표현의 한계를 느껴 핀란드산 자작나무에 다양한 이미지를 그리고 직접 깎아 목판 캔버스에 붙인 뒤 색을 칠하는 작업을 해왔다. 나무 조각을 붙이고 짜맞추는 과정에서 이미지는 점차 입체적으로 바뀌며 부조 같은 그림으로 완성된다. 자작나무에 분홍코끼리, 파란색 테디베어, 회전목마, 아기나무, 자동차, 꽃 등 친숙한 소재를 연극처럼 새기고 고운 색을 칠한 그의 그림은 동화책의 삽화 같기도 하고 부드러운 발라드 음악 같기도 하다.

박씨는 최근 들어 어린이를 위한 그림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로 확장해가고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 여행길에서 만난 사물과 풍경 등에서 그런 편린들을 건져올렸다. 스페인의 풍경을 비롯해 그리스의 언덕, 스위스의 산맥, 빨간 이층버스, 알록달록 풍선, 꽃다발 등을 소재로 마법 같은 신비감을 동화처럼 수놓았다.

작가는 “직접 풍경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과 인연을 쌓고 마침내 마음을 넉넉하게 열면서 어른들의 근원적 동심을 기록하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숨은 그림 찾기’도 인기다. 비슷한 그림을 작품의 여기저기에 숨겨 놓아 관람객이 찾게 하는 즐거움을 준다. 작가는 “어른들이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숨은 그림을 찾거나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행복해할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며 “이게 작가의 특권”이라고 말했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