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3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창작뮤지컬 ‘그날들’.
오는 11월3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창작뮤지컬 ‘그날들’.
시원한 바람을 타고 대형 창작 뮤지컬들이 줄줄이 개막을 알리고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도리안 그레이’와 오태석의 희곡 ‘도라지’를 뮤지컬로 제작한 ‘곤 투모로우’가 첫선을 보인다. 2014년 각각 초연돼 호평 받은 ‘그날들’과 ‘잃어버린 얼굴 1895’도 새로운 진용으로 관객과 만난다. 올여름 시즌 ‘위키드’ ‘스위니 토드’ 등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기세에 눌려 부진했던 창작뮤지컬계가 올가을 무대에선 얼마나 선전할지 공연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준수·박은태 주연 ‘도리안 그레이’

지난 3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막이 오른 ‘도리안 그레이’는 19세기 말 유미주의를 대표하는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무대에 옮겼다. 영국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가 변하지 않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향한 탐욕으로 자신의 초상화와 영혼을 바꾸는 이야기를 그린다. 뮤지컬계 ‘흥행 보증수표’ 김준수가 주인공 도리안 역을 맡았다. 창작뮤지컬 ‘모비딕’을 연출한 조용신이 대본을 쓰고, 음악감독 김문정이 작곡을 맡았다. 공연은 다음달 29일까지. 미학적이고 상징적인 연출로 유명한 연출가 이지나 씨가 깊이 있는 해석과 화려한 시각효과로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오는 13일 서울 압구정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하는 ‘곤 투모로우’는 한국 연극사의 한 획을 그은 극작가 겸 연출가 오태석의 희곡 ‘도라지’를 원작으로 한다. 고종 치세의 혼란 속에서 나라를 구하려는 혁명가 김옥균과 그를 암살하려는 조선 최초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도 이지나 씨가 연출한다. 갑신정변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현대적인 느낌의 역사 누아르로 만들었다. 김옥균 역에 강필석 임병근 이동하, 홍종우 역에는 김재범 김무열 이율 등이 캐스팅됐다. 공연은 다음달 23일까지.

◆디바 김선영 복귀작 ‘잃어버린…’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지난달 28일 개막해 오는 11월3일까지 공연되는 ‘그날들’은 서정적이고 소박한 김광석의 노래들이 과감한 편곡을 통해 재구성돼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청와대에서 20년 간격으로 벌어진 실종사건을 다룬다. 주인공 정학은 1992년엔 갓 부임한 경호원, 2012년엔 경호부장으로서 두 사건의 시공간을 오가며 무대를 이끈다. 냉정하고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 정학 역은 유준상 오만석 이건명 민영기, 정학의 경호원 동기이자 여유와 위트를 지닌 자유로운 영혼 무영 역에는 지창욱 오종혁 이홍기 손승원 등이 번갈아 맡는다. 제작사 관계자는 “이번 공연에선 산이 등장하는 장면에 실제 나무를 들여오고, 작은 소품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11~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창작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서울예술단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다. 명성황후의 사진이 단 한 장도 남아 있지 않다는 미스터리에서 출발한다. ‘희대의 요부’와 ‘조선의 국모’라는 엇갈린 역사적 해석에서 벗어나 자신의 본모습을 잃어버린 채 살아야 했던 명성황후의 비극적 운명 그 자체에 집중했다.

‘뮤지컬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배우 김선영이 명성황후 역을 맡아 2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다. 그는 ‘위키드’ ‘맨오브라만차’ ‘미스사이공’ ‘에비타’ 등에서 폭발적인 가창력과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여왔다. 김선영은 “명성황후가 실존 인물인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내 안에서 명성황후와 닮은 모습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오랜만의 창작 뮤지컬 무대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