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의 올해 추석 선물 매출이 작년보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10~20%대로 대형마트의 두 배에 달했다.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때문에 고가 선물을 주고받는 관행이 줄어 백화점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김영란법 시행 전 막차? 백화점 추석 선물 매출 고공행진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팔린 추석 선물 매출이 작년 추석 전 같은 기간보다 22.2% 늘었다고 5일 밝혔다. 올 들어 8월까지 롯데백화점 전체 매출 증가율(5.1%)의 네 배가 넘는다. 현대백화점도 올 들어 8월까지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4.6% 늘었지만 지난달 추석 선물 매출은 11.1%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선 올해 추석 선물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6% 더 많이 팔려 올해 1~7월 전체 매출 증가율(6.6%)을 웃돌았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추석 선물 매출 증가율은 26%로 올 들어 8월까지 전체 매출 증가율(6%)의 네 배가 넘었다.

대형마트도 추석 선물로 재미를 봤다. 이마트가 지난 7월25일부터 8월 말까지 시행한 추석 선물 예약판매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6% 늘었다.

고가와 저가 선물 구분 없이 모두 잘 팔렸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이마트에서 5만원 이상 선물은 16.5%, 5만원 미만 선물은 7.6%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통조림이나 견과류뿐 아니라 고가의 백화점 한우와 굴비도 잘 나갔다. 롯데백화점의 한우 선물 매출은 작년보다 20.8% 늘었고, 굴비 선물 판매도 36.8% 증가했다.

남기대 롯데백화점 식품부문장은 “올해 추석엔 선물 종류를 다양하게 늘려 실속형과 프리미엄 선물이 골고루 잘 팔렸다”며 “소비자가 이번 추석까지는 예년과 비슷한 금액대로 선물을 고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선물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늘면서 예년보다 추석 선물 반송은 늘고 있다. 지난달 현대로지스틱스의 택배 물량 중 반송 건수는 1년 전보다 10% 증가했다.

특히 보는 눈이 많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돌려보내는 선물이 많다는 게 택배업계의 전언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국회의원 사이에 선물을 거절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작년 추석에 비해 의원회관으로 들어가는 선물 물량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는 반송되는 선물이 증가할 것에 대비해 올해 추석 선물세트를 구성할 때 어패류나 생선 대신 유통기한이 긴 가공식품 비중을 늘렸다. 인삼, 꿀, 한차 등 건강관련 상품이 대표적이다.

정인설/고은빛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