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은 적자를 내더라도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5일 “상장하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 별도 상장 요건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상장제도를 개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적자상태에서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공모자금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같은 사례가 국내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일명 ‘테슬라 요건’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려면 당기순이익이 20억원 이상이거나, 매출 100억원 이상이면서 시가총액은 300억원 이상(공모가 기준)과 같은 비교적 엄격한 재무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은 이 같은 재무요건을 적용받지 않지만 기술신용보증기구 등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A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등 기준이 높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금이 가장 필요한 시기가 매출과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화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행 상장제도는 공모자금의 활용기회를 제약하는 부작용이 있다”며 “시장의 평가나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상장심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도 개편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적자기업이 상장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투자자보호 문제는 상장 주관사의 책임성 강화 등을 통해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하지 않고 공모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주관사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넓혀주는 대신 주관사에 일정 기간 시장조성의무를 지우는 내용의 ‘공모제도 개편’도 추진키로 했다. 시장조성제도는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주관 증권사가 개인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되사주는 것이다. 금융위는 또 공모가 산정의 투명성 확보, 충실한 투자정보 제공 등을 통해 투자자보호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