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우주비행사들 깨운 웃음의 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중혁 장편소설 '나는…' 출간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장편소설 《웃음》에서 주인공 이지도르의 입을 빌려 “웃음은 우리를 권좌에 앉은 위선자들보다 더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했다. 세르비아 출신 사회운동가 스르자 포포비치는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에서 “두려움의 가장 큰 적수는 웃음”이라고 했다. 이들의 통찰처럼 웃음은 사람에게 용기와 힘을 준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웃고 나면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곤 한다.
김중혁 작가의 새 장편소설 《나는 농담이다》(민음사)는 이런 웃음의 힘에 주목한 작품이다. 소설 속 두 남성은 웃음을 무기 삼아 자신에게 닥친 시련에 맞선다. 우주비행사인 주인공 이일영은 임무 수행 중에 우주선에서 분리돼 미아가 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일영은 독백을 통해 농담을 쏟아낸다. 그는 관제센터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녹화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급하게 나오느라 자살 캡슐을 챙겨 오지 못한 게 안타깝다. 농담이다. 마지막까지 신나게 즐기다 가겠다.”
지구상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송우영이 있다. 그는 얼마 전 어머니를 잃는 슬픔을 겪었다. 유품을 정리하던 그는 어머니가 이일영에게 보내기 위해 쓴, 그러나 부치지 못한 편지를 발견한다. 어머니는 한 남성과의 사이에서 이일영을 낳은 뒤 다른 남성을 만나 송우영을 낳았는데 지금껏 둘은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지냈던 것. 편지에는 이일영에 대한 어머니의 절절한 그리움이 녹아 있다. 송우영은 편지를 전하기 위해 이일영을 찾아나선다. 그러나 편지의 수신인은 이미 지상에 없다.
소설의 밑바닥에 흐르는 정서는 진한 외로움과 그리움이다. 우주에 덩그러니 놓인 남성은 지구에 놓고 온,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린다. 어머니를 잃고 세상에 홀로 던져진 남성은 깊은 상실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의기소침해지지 않는다. 이들은 웃음을 지팡이 삼아 다시 일어난다. 이를 통해 독자가 외로움과 웃음을 반복해서 경험하고 웃음이 지닌 힘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작가는 “웃기는데 슬픈, 슬픈데 웃긴 이야기를 일반적인 드라마가 아니라 눙치듯이 얘기하고 싶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말 속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특히 농담은 우리 삶을 더 가볍게 해주잖아요.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기 때문에 이번엔 아예 ‘농담이다’라고 작정하고 내걸고 썼습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김중혁 작가의 새 장편소설 《나는 농담이다》(민음사)는 이런 웃음의 힘에 주목한 작품이다. 소설 속 두 남성은 웃음을 무기 삼아 자신에게 닥친 시련에 맞선다. 우주비행사인 주인공 이일영은 임무 수행 중에 우주선에서 분리돼 미아가 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일영은 독백을 통해 농담을 쏟아낸다. 그는 관제센터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녹화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급하게 나오느라 자살 캡슐을 챙겨 오지 못한 게 안타깝다. 농담이다. 마지막까지 신나게 즐기다 가겠다.”
지구상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송우영이 있다. 그는 얼마 전 어머니를 잃는 슬픔을 겪었다. 유품을 정리하던 그는 어머니가 이일영에게 보내기 위해 쓴, 그러나 부치지 못한 편지를 발견한다. 어머니는 한 남성과의 사이에서 이일영을 낳은 뒤 다른 남성을 만나 송우영을 낳았는데 지금껏 둘은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지냈던 것. 편지에는 이일영에 대한 어머니의 절절한 그리움이 녹아 있다. 송우영은 편지를 전하기 위해 이일영을 찾아나선다. 그러나 편지의 수신인은 이미 지상에 없다.
소설의 밑바닥에 흐르는 정서는 진한 외로움과 그리움이다. 우주에 덩그러니 놓인 남성은 지구에 놓고 온,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린다. 어머니를 잃고 세상에 홀로 던져진 남성은 깊은 상실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의기소침해지지 않는다. 이들은 웃음을 지팡이 삼아 다시 일어난다. 이를 통해 독자가 외로움과 웃음을 반복해서 경험하고 웃음이 지닌 힘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작가는 “웃기는데 슬픈, 슬픈데 웃긴 이야기를 일반적인 드라마가 아니라 눙치듯이 얘기하고 싶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말 속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특히 농담은 우리 삶을 더 가볍게 해주잖아요.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기 때문에 이번엔 아예 ‘농담이다’라고 작정하고 내걸고 썼습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