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경제포럼 주빈으로 초청된 한러회담은 2시간20분
한미·한중은 동시통역으로 밀도있게 진행…한러·한일은 순차통역
한중은 中국빈관, 한미는 오바마 숙소서 열려
"한러·한중, 건설적", "한미, 아주 좋은 분위기", "한일, 긍정적"


박근혜 대통령이 7일 한반도 주변 4국 정상과의 릴레이 회담을 마무리하면서 회담 형식과 시간, 분위기도 현재의 한반도 및 동북아 외교지형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3일 한러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중정상회담(5일), 한미정상회담(6일), 한일정상회담(7일) 순으로 외교 강행군에 나섰다.

한러정상회담은 사실상의 확대회담 성격인 업무오찬을 포함, 순차통역 형식으로 2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박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동방경제포럼(EEF) 주빈으로 러시아를 실무방문했던 만큼 한러회담은 그에 걸맞게 진행된 것이다.

그에 반해 한중, 한미, 한일정상회담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아세안 정상회의라는 다자회의를 계기로 열렸다.

세 회담 모두 예상시간은 30분으로 잡혔으나 양국 현안의 민감도와 시급성 등에 따라 실제 회담 시간은 달랐다.

한중회담은 46분, 한미는 50분, 한일은 33분이었다.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와 북핵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확인하면서도 갈등 확산을 막자는 취지였던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드 배치와 북핵 불용의 당위성을 재확인하는 한편, 미국 대선(11월8일)을 앞두고 사실상의 '고별회담'을 하느라 예정된 시간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회담의 경우 최대 현안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작년 12월 합의됐던 만큼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과 양국관계 발전방향을 주제로 회담을 압축적으로 진행했다.

회담 장소와 진행방식도 달랐다.

한중회담은 G20 정상회의가 열렸던 중국 항저우(杭州)의 시후(西湖) 국빈관에서 동시통역으로 이뤄졌다.

한미회담 장소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 현지 숙소인 라오스 비엔티안의 랜드마크 호텔이었고, 한중회담과 마찬가지로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또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비엔티안 국제관계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나란히 참석한 뒤 같은 장소에서 순차통역 형태로 대화를 나눴다.

청와대가 전한 각각의 회담 분위기도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청와대는 한러회담에 대해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건설적인 의견교환을 했다"고 밝혔고, 한중회담의 경우 "양 정상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상호관심사에 관해 건설적이고 밀도있는 의견교환을 했다"고 말했다.

한미회담의 경우 "모든 사안에 대해 두 정상이 아주 좋은 분위기에서 회의를 진행했다"고 평가했고, 한일회담과 관련해선 "양 정상은 상호 관심사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 하에서 의견교환을 가졌다"고 전했다.

(비엔티안연합뉴스) 정윤섭 강병철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