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제고법의 ‘1호 기업’ 세 곳이 확정됨에 따라 공급과잉 업종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본격 막을 올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업재편 심의위원회를 열어 한화케미칼, 유니드, 동양물산기업 등 3개 업체가 신청한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했다고 8일 발표했다. 세 기업이 승인을 신청한 지 3주 만이다. 해당 기업들은 신속한 기업결합 심사, 법인세 이연, 연구개발(R&D) 지원 등의 정책 지원을 받는다.

기업활력법은 정상 기업의 자율적 사업재편을 돕는 법이다.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하고 여러 정책 지원을 해줘 원샷법이라 불린다.

◆한화케미칼 116억원 법인세 이연

석유화학 업종의 한화케미칼은 울산 가성소다 제조 공장을 유니드에 매각하고, 유니드는 이를 가성칼륨 공장으로 개조할 예정이다. 흔히 양잿물로 불리는 가성소다는 비누의 원료나 정수 처리에 쓰이는 수산화나트륨이다. 국내 수요는 124만t인 데 비해 생산능력은 204만t이다. 이번 사업재편으로 가성소다 생산량 20만t을 감축할 수 있다.

한화케미칼은 사업재편을 통해 고기능성 폴리염화비닐(PVC), 친환경 가소제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계획이다. 유니드는 울산 공장을 가성칼륨 공장으로 개조해 글로벌 1위 가성칼륨 제조사라는 지위를 굳힌다.

한화케미칼과 유니드는 사업재편 과정에서 각각 7500억원과 2200억원을 신규 투자할 예정이다. 한화케미칼은 기업활력법에 따라 116억원의 법인세를 이연받고 정부 R&D 과제 신청 시 가점을 받는다. 유니드는 공장 이전 기간 단축 및 투자비 절감 등의 혜택을 받게 됐다.

◆농기계 업종 효율화 기대

농기계 업종 중견기업인 동양물산기업은 동종 업종의 국제종합기계 주식을 인수한다. 두 기업 간 중복 설비와 생산 조정을 통해 농기계 생산 15%를 감축하고 기업 경쟁력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동양물산기업은 사업재편 과정에서 25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종합기계는 또 다른 공급과잉 업종인 철강 분야의 동국제강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계열사다. 이번 사업재편을 통해 철강 분야도 간접적인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게 됐다.

기업활력법 승인은 주무부처 검토(최장 60일), 심의위원회 심의(최장 60일) 등 심사가 길어지면 최장 120일까지 걸릴 수 있지만 이번에는 3주 만에 승인이 났다. 산업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긴밀하게 공조해 기업결합 승인을 사업재편 계획 승인과 동시에 완료해 사업재편 신청 기업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3~4곳 추가 신청할 듯

산업부는 한화케미칼 등 세 기업이 기업활력법을 활용한 선제적 사업재편의 첫 번째 사례인 만큼 앞으로 이들 기업의 사업재편 계획 이행을 면밀히 점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더욱 많은 기업이 기업활력법을 활용해 사업재편을 추진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심사한다는 계획이다.

도경환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이번에 승인받은 3개 기업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4개 기업이 승인 신청을 했고 1~2주 내로 서너 개 기업이 더 신청할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10곳 이상에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 조선 등 다른 공급과잉 업종의 기업들도 기업활력법에 관심이 많고 신청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