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남양주캠퍼스 좌초 위기
서강대가 역점 과제로 추진해온 남양주 제2캠퍼스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학교법인 이사회가 재정난 등을 이유로 사업을 보류시킨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업 중단에 서강대 동문은 물론 남양주시와 지역 주민까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8일 서강대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이사회는 지난 7월 남양주캠퍼스 관련 ‘교육부 대학위치변경 승인 신청’ 안건을 부결시켰다. 회의록을 보면 이사진 일곱 명 중 다섯 명이 반대했다. 반대한 다섯 명 중 네 명은 예수회 소속 신부들이다.

이사회가 남양주캠퍼스를 반대하는 표면적 이유는 학교의 재정 악화다. 이사회는 지난달 교직원·교수 등에게 보낸 의견문에서 “재정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남양주캠퍼스가 새로운 동력이 되려면 사업적인 측면의 안전성을 보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이 같은 이사회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대학은 지난해 동문 모금으로 342억원을 확보했고 지난 7월 남양주시와 협상을 통해 토지대금과 건축비 등도 일정 부분 보조받기로 약정했다.

서강대 관계자는 “1000억원 이상을 확보해 남양주캠퍼스가 문을 여는 2025년까지 추가로 한 푼도 안 들이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며 “이사회의 주장은 사업을 보류시키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동문과 재학생은 물론 남양주 지역 주민까지 반발했다. 2013년 서강대와 대학도시 설립 협약을 체결한 남양주시는 ‘이달 안으로 교육부에 승인신청을 내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최고장을 학교에 보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그린벨트가 해제될 것을 믿고 대출을 받은 뒤 토지보상금으로 갚으려던 주민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남양주시 주민 100여명은 지난 6일에 이어 이날 서강대 앞에서 이사회를 규탄하는 시위를 했다. 같은 날 서강대 학생 200여명도 개강 미사가 열린 성이냐시오성당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파문이 확산되자 이사회는 오는 12일 학생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남양주시 등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