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야 산다(하)] 나 혼자 산다(live), 쪼개어 산다(b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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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합리적 소비 트렌드로
가치 덧입히는 방향으로 진화
가치 덧입히는 방향으로 진화
[ 김봉구/오정민 기자 ]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 소유에서 소비 개념으로, 대량 소비에서 소분 소비로 트렌드가 달라졌다. 1인가구 급증과 저성장 기조가 맞물린 탓이다. 쪼개어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게 골자다. 우리는 이미 ‘쪼갬의 경제학’ 구현 사례를 알고 있다. 바로 공유경제다.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를 쓴 주차공간 공유기업 저스트파크의 앨릭스 스테파니 최고경영자(CEO)는 공유경제의 특성을 ‘소유할 필요의 감소’와 ‘사용 빈도가 낮은 자산의 활용’ 측면에서 찾았다. 그는 “소유보다 접근을 선호하는 사회적 경향”이 공유경제의 토대가 됐다고 했다.
소비 재원과 생산 원가의 절감이, 거래비용을 줄이는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쌍방향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때 소비자는 ‘이기적 공유자’가 된다. 필요에 따라 수박 한 통을 쪼개 사고, 쪼개기가 불가능한 경우엔 여럿이 몫을 나눠 산다. 판매자도 마찬가지다. 덩어리째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쪼개 팔기 시작했다. 카페 테이블 배치에서 이런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카페에서 홀로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공부하는 ‘카공족’은 회전율 저하의 주범이다. 때문에 다른 고객이 함께 앉기 어려운 4인용 테이블은 매장에서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필요에 따라 2인용 테이블을 두 개 붙여 4인용 테이블을 만들었다. 자리를 쪼개 수익을 보전한 셈이다.
유통이나 외식 분야에서는 이처럼 제품이나 서비스를 쪼개 판매해 매출을 올리는 케이스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혼밥족·혼술족 같은 1인가구가 대표 소비자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7일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27.2%)가 대표가구 형태로 등극했다. 5년 전에는 2인가구(24.6%), 10년 전엔 4인가구(27%)가 대표가구였다. 변화 추세가 매우 빠르다. 연령별로는 2015년 기준 30대 1인가구(18.3%) 비중이 가장 높았다. 노년층에 비해 소비가 활발한 1인가구가 많다는 뜻이다. 나 홀로 사는(live) 가구가 주머니 사정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사는(buy) 합리적 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혼자 자취 중인 취업준비생 김진엽씨(28)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종종 회를 구입한다. 그가 장바구니에 넣는 것은 1인가구를 겨냥한 한 팩(50g)에 3900원짜리 소용량 회다. 김씨는 “양은 적지만 가격 부담 없이 사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편의점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사과 크기의 ‘애플 수박’을 내놓은 세븐일레븐은 올해(8월30일 기준) 소용량 과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8% 뛰었다. 윤성준 신선팀 담당 상품기획자(MD)는 “소량구매 선호 추세로 인해 소용량·소포장 상품 판매가 증가했다. 1인가구 소비 패턴에 알맞은 신선식품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시적으로도 공급자에서 수요자 입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저서 《불황의 경제학》에서 “본질적으로 경제에서 수요 측면의 실패(가용 생산력에 비해 민간소비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가 당면 제약이 됐다”면서 공급 중시 경제학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 불황 국면에선 강력한 소비 지원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자발적으로 소비 절벽을 극복하는 이른바 ‘쪼갬의 경제학’ 논리가 힘을 얻는 대목. 소분 소비의 다음 단계는 가치를 덧입히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글푸드 개념의 소포장 견과류가 주력상품이었던 푸드벤처기업 인테이크푸즈는 최근 사업 방향을 틀었다. 이 업체는 올 들어 미래형 대용식 제품 ‘밀스’를 출시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인기를 끈 미래형 식사 ‘소일렌트’ 개념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 것이다.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는 동시에 포만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단순히 쪼개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향후 업체의 성장이나 후발 주자와의 차별화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한녹엽 인테이크푸즈 대표는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소비자의 새로운 니즈에 맞춰 미래지향적 식품을 출시하고 있다. 식문화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고 귀띔했다.
김봉구/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를 쓴 주차공간 공유기업 저스트파크의 앨릭스 스테파니 최고경영자(CEO)는 공유경제의 특성을 ‘소유할 필요의 감소’와 ‘사용 빈도가 낮은 자산의 활용’ 측면에서 찾았다. 그는 “소유보다 접근을 선호하는 사회적 경향”이 공유경제의 토대가 됐다고 했다.
소비 재원과 생산 원가의 절감이, 거래비용을 줄이는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쌍방향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때 소비자는 ‘이기적 공유자’가 된다. 필요에 따라 수박 한 통을 쪼개 사고, 쪼개기가 불가능한 경우엔 여럿이 몫을 나눠 산다. 판매자도 마찬가지다. 덩어리째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쪼개 팔기 시작했다. 카페 테이블 배치에서 이런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카페에서 홀로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공부하는 ‘카공족’은 회전율 저하의 주범이다. 때문에 다른 고객이 함께 앉기 어려운 4인용 테이블은 매장에서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필요에 따라 2인용 테이블을 두 개 붙여 4인용 테이블을 만들었다. 자리를 쪼개 수익을 보전한 셈이다.
유통이나 외식 분야에서는 이처럼 제품이나 서비스를 쪼개 판매해 매출을 올리는 케이스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혼밥족·혼술족 같은 1인가구가 대표 소비자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7일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27.2%)가 대표가구 형태로 등극했다. 5년 전에는 2인가구(24.6%), 10년 전엔 4인가구(27%)가 대표가구였다. 변화 추세가 매우 빠르다. 연령별로는 2015년 기준 30대 1인가구(18.3%) 비중이 가장 높았다. 노년층에 비해 소비가 활발한 1인가구가 많다는 뜻이다. 나 홀로 사는(live) 가구가 주머니 사정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사는(buy) 합리적 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혼자 자취 중인 취업준비생 김진엽씨(28)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종종 회를 구입한다. 그가 장바구니에 넣는 것은 1인가구를 겨냥한 한 팩(50g)에 3900원짜리 소용량 회다. 김씨는 “양은 적지만 가격 부담 없이 사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편의점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사과 크기의 ‘애플 수박’을 내놓은 세븐일레븐은 올해(8월30일 기준) 소용량 과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8% 뛰었다. 윤성준 신선팀 담당 상품기획자(MD)는 “소량구매 선호 추세로 인해 소용량·소포장 상품 판매가 증가했다. 1인가구 소비 패턴에 알맞은 신선식품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시적으로도 공급자에서 수요자 입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저서 《불황의 경제학》에서 “본질적으로 경제에서 수요 측면의 실패(가용 생산력에 비해 민간소비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가 당면 제약이 됐다”면서 공급 중시 경제학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 불황 국면에선 강력한 소비 지원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자발적으로 소비 절벽을 극복하는 이른바 ‘쪼갬의 경제학’ 논리가 힘을 얻는 대목. 소분 소비의 다음 단계는 가치를 덧입히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글푸드 개념의 소포장 견과류가 주력상품이었던 푸드벤처기업 인테이크푸즈는 최근 사업 방향을 틀었다. 이 업체는 올 들어 미래형 대용식 제품 ‘밀스’를 출시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인기를 끈 미래형 식사 ‘소일렌트’ 개념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 것이다.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는 동시에 포만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단순히 쪼개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향후 업체의 성장이나 후발 주자와의 차별화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한녹엽 인테이크푸즈 대표는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소비자의 새로운 니즈에 맞춰 미래지향적 식품을 출시하고 있다. 식문화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고 귀띔했다.
김봉구/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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