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재정 고집 꺾은 독일…'감세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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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이후 150억유로 여력"…독일 재무장관 감세 가능성 시사
"재정흑자 낸 독일이 소비 늘려 적자 허덕이는 유로존 지원하라"
미국·ECB 압박에 이례적 검토
"재정흑자 낸 독일이 소비 늘려 적자 허덕이는 유로존 지원하라"
미국·ECB 압박에 이례적 검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깐깐하고 무서운 교장 선생님’ 독일이 달라졌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연설에서 “2017년 총선 이후 독일 재정에 연간 150억유로(약 18조5800억원) 규모의 세금 인하 여력이 생긴다”며 감세 가능성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엄격한 재정준칙을 신봉하는 독일에서 감세 논의는 수십년 동안 금기시됐다”며 “재무장관의 감세 발언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독일은 지난달엔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지키지 못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면죄부’를 줬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들 국가에 벌금을 부과하려 했으나 쇼이블레 장관이 간곡히 부탁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에 완고한 태도로 재정적자 감축을 요구한 독일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독일은 블랙홀…소비 늘려야”
독일이 감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등이 유로존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이 소비를 더 늘리도록 압력을 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ECB는 독일이 소비는 하지 않고 물건만 팔아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올리는 바람에 유로존 주변국이 더욱 궁핍해지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등은 경제가 어려운데 경상수지 적자까지 나면서 실업률이 오르고 투자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8일 ECB의 정례 통화정책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관심사는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확대 여부가 아니라 독일의 지출 확대였다. 독일에 지출 확대를 요구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재정에 여유가 있는 국가라면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을 ‘블랙홀’이라고 지칭했다. 유로존 주변국의 돈을 빨아들이면서 경제가 홀로 활기를 띠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독일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8.1%에 이르는 경상수지 흑자를 낼 전망이다.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많아 올해 3000억유로(약 372조원)를 넘는 돈이 독일로 순유입될 것이란 의미다.
독일 정부의 올해 재정흑자는 GDP의 0.4%로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대부분 국가가 수년째 재정적자를 내고 있어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이 어렵다”며 “대신 독일 정부가 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
독일이 감세를 검토하고 주변국에 온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쇼’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50억유로 감세는 독일 경제 규모인 3조유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며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감세로 ECB와 주변국의 비난을 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다독이는 데도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쇼이블레 장관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CDU)은 지난 4일 텃밭이었던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19.0%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난민 유입으로 불만이 팽배해진 민심을 감세로 달래려는 의도가 쇼이블레와 CDU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또 독일이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면죄부를 준 것은 반(反)EU 정서에 불이 붙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독일 국민들도 감세를 원하지 않고 있다. 독일 ARD방송이 지난달 29~30일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세금 인하를 원한다고 답한 사람은 16%에 불과했다. 58%는 남는 세금은 투자에 써야 한다고, 22%는 정부 부채를 줄이는 데 투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독일은 블랙홀…소비 늘려야”
독일이 감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등이 유로존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이 소비를 더 늘리도록 압력을 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ECB는 독일이 소비는 하지 않고 물건만 팔아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올리는 바람에 유로존 주변국이 더욱 궁핍해지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등은 경제가 어려운데 경상수지 적자까지 나면서 실업률이 오르고 투자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8일 ECB의 정례 통화정책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관심사는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확대 여부가 아니라 독일의 지출 확대였다. 독일에 지출 확대를 요구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재정에 여유가 있는 국가라면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을 ‘블랙홀’이라고 지칭했다. 유로존 주변국의 돈을 빨아들이면서 경제가 홀로 활기를 띠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독일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8.1%에 이르는 경상수지 흑자를 낼 전망이다.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많아 올해 3000억유로(약 372조원)를 넘는 돈이 독일로 순유입될 것이란 의미다.
독일 정부의 올해 재정흑자는 GDP의 0.4%로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대부분 국가가 수년째 재정적자를 내고 있어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이 어렵다”며 “대신 독일 정부가 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
독일이 감세를 검토하고 주변국에 온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쇼’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50억유로 감세는 독일 경제 규모인 3조유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며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감세로 ECB와 주변국의 비난을 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다독이는 데도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쇼이블레 장관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CDU)은 지난 4일 텃밭이었던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19.0%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난민 유입으로 불만이 팽배해진 민심을 감세로 달래려는 의도가 쇼이블레와 CDU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또 독일이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면죄부를 준 것은 반(反)EU 정서에 불이 붙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독일 국민들도 감세를 원하지 않고 있다. 독일 ARD방송이 지난달 29~30일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세금 인하를 원한다고 답한 사람은 16%에 불과했다. 58%는 남는 세금은 투자에 써야 한다고, 22%는 정부 부채를 줄이는 데 투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