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베이징 공장 직원들이 생산라인에서 수십~수백개 부품으로 이뤄진 ‘모듈’을 만들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 베이징 공장 직원들이 생산라인에서 수십~수백개 부품으로 이뤄진 ‘모듈’을 만들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중국 자동차 시장에는 ‘현대속도’라는 말이 있다. 2002년 중국에 진출한 현대·기아자동차가 이미 자리 잡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 빠른 성장세를 이뤄낸 걸 두고 나온 말이다. 현대속도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으로는 현대·기아차와 중국에 동반 진출한 현대모비스의 모듈화가 꼽힌다. 모듈은 수십~수백개의 부품을 조립한 ‘덩어리 부품’이다. 완성차업체가 모듈 단위로 부품을 공급받으면 공정이 빨라지고 부품 검수 비용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77m 컨베이어로 실시간 모듈 공급

지난 9일 방문한 현대모비스 베이징 3공장에는 다른 부품업체나 완성차업체 공장에서는 보기 드문 설비가 있었다. 지상 2층 높이에 설치된 77m 길이의 컨베이어 벨트다.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세 종류의 모듈이 이 벨트를 따라 가는 곳은 바로 옆 베이징현대자동차 3공장이다.

현대모비스 베이징 3공장은 오디오·에어백·에어컨 등을 장착한 운전석모듈, 엔진·변속기를 포함한 프런트엔드모듈, 차량 하부 뼈대를 구성하는 조향·제동·현가 관련 부품들의 조합인 섀시모듈 등을 생산한다. 이들 모두 베이징현대차의 자동차 생산 속도에 맞춰 실시간으로 공급된다. 트럭에 부품을 실어 나를 필요가 없어 연간 42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베이징 3공장에서 만드는 세 가지 모듈은 전체 차량 조립 과정의 50%에 해당한다. 완성차 공장에서는 차량 골격에 모듈 세 개를 끼우고 바퀴만 달면 자동차 한 대가 완성된다.

현대모비스 베이징 3공장의 생산능력은 시간당 97대, 연간 45만대에 달한다. 중국형 아반떼HD와 아반떼MD, 싼타페, 밍투(중국 현지 전략모델) 등 4개 차종에 세 가지씩 총 12종의 모듈을 베이징현대차 3공장의 주문에 따라 실시간으로 생산한다.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생산공정에서 일부 모듈 방식을 활용한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처럼 차량의 절반가량을 부품업체가 조합해 공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윤여성 현대모비스 베이징법인장(전무)은 “현대·기아차가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한 배경 중 하나가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모듈 방식을 정립한 것”이라며 “베이징공장의 모듈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여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GM·푸조에 제품 공급하는 톈진공장

8일 가본 현대모비스 톈진공장은 이 회사가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전장부품의 핵심 생산시설이다. 이곳에서 매년 생산하는 1600만여개의 전장부품을 현대·기아차와 제너럴모터스(GM), 푸조·시트로엥에 공급한다.

1만4000㎡ 규모의 1공장에는 차량용 멀티미디어 제품을 생산하는 라인 33개가 깔려 있다. 1만㎡의 2공장은 차량을 제어하는 메커트로닉스 전장부품 생산을 위한 19개 라인이 가동 중이다. 문경호 현대모비스 톈진법인장(이사)은 “차량용 전장부품은 다양한 조건에서도 반드시 작동하는 신뢰도가 핵심이기 때문에 전체 공정의 절반 이상을 오류 검증에 할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톈진공장은 1·2공장을 통틀어 200여개의 기능검사 장비를 가동하고 있다. 불량품이 나오면 작업자가 즉시 장비 위의 표시등과 경보를 작동해 문제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불량품은 28개의 설비가 갖춰진 분석실로 보내 불량 원인과 개선 방안을 찾는다.

베이징·톈진=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