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 위협요소 감사…법적 미비로 입국불허자 공항 억류 못해
법무부 "외국 사례 연구·검토 중…올해 안에 법률안 제출 계획"
항만 내 유해화학물질 일반 야적장에 방치…대형사고 발생 우려


감사원이 12일 발표한 '국민안전 위협요소 대응·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항이나 항만 보안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입국불허자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았고,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항만 내 유해화학 물질은 야적장에 방치돼 있었다.

◇공항 보안·안전 분야…입국불허자 관리 손 놓아 = 감사원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7명에 달하는 입국불허자에 대한 관리는 거의 무방비 상태였다.

입국불허자를 적발한 뒤 송환대기실 등에 억류하려면 법적인 근거가 필요한데 법적인 조항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공항에서 '제집처럼' 자유롭게 이동해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입국불허자가 무단으로 공항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년에 달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14년 1월에서 2016년 2월까지 총 9명의 입국불허자가 밀입국을 시도했으며, 4명이 밀입국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또 외국인의 지문 또는 얼굴 정보와 출입국사범의 바이오 정보와 일치하는지 비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이를 활용하지 않아 위조여권을 사용한 외국인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공항에서 입국 불허된 외국인이 출국할 때까지 대기하는 '출국대기실'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서 각국 사례를 연구·검토 중에 있으며, 올해 안에 법률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어 "2012년 1월부터 외국인 지문·얼굴확인시스템을 구축해 신분세탁자 적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2012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지문·얼굴확인시스템을 통해 8천628명의 신분세탁 사범을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항공종사자들이 비행 중에 음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륙 시점에만 음주 단속을 해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폭발물 관리에도 허점…유해화학물질 야적장에 방치 =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도 엉망이었다.

감사원이 부산·인천·울산 항만 내에 있는 13개 컨테이너 화물 취급업체를 조사한 결과 유해화학물질인 시안화나트륨과 플루오린화수소를 항만내 일반 야적장에 각각 68일과 55일 동안 보관하고 있었다.

화학물질관리법 등에 따르면 항만 내에 유해화학물질을 장시간 보관·저장할 경우에는 방재설비를 갖춘 실외 저장시설에 분리해 보관해야 한다.

특히 시안화나트륨은 지난 2015년 8월에 발생한 중국 톈진항 폭발사고의 원인 물질이고, 플루오린화수소는 2012년 9월에 발생한 구미 불산누출사고의 원인물질이다.

경찰청은 또 일반 기업에서 터널 공사 등을 위해 화약 허가신청을 하는 경우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신청 수량을 모두 허가해 주고 남은 폭약을 반납받지 않았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도로교통·지하철 안전…"후천적 시각장애인이 운전면허 적성검사 통과" = 감사원은 일부 후천적 시각장애인이 시력검사표를 외워서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를 통과하는 등 교통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1월∼2016년 3월 운전면허를 보유할 수 없는 후천적 시각장애인 1천942명이 면허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들 가운데 131명이 면허를 갱신하는 등의 과정에서 적성검사를 통과했다.

감사원이 특히 이들 시각장애인 가운데 8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5명은 시력표를 외워서 통과했다고 밝혔다.

또 시각장애인 14명은 2013년 1월∼2016년 3월 15건의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12명은 택시나 마을버스 운전을 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3.5톤을 초과하는 화물차량이나 덤프트럭 등은 최고속도가 90㎞/h를 초과할 수 없도록 최고속도제한장치 부착해야 하는데 무단으로 장치를 해체한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2만9천600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서울 메트로는 승강장 안전관리 등 지하철 안전관리 업무를 퇴직자 관련 업체에 위탁해 안전성 강화에 허점을 보였다며, 서울 메트로는 승강장 안전관리 업무를 직영해야 한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실제로 감사를 마치고 8일이 지난 5월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외주 업체 직원이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으며, 서울 메트로는 안전과 직결된 5개 업무를 모두 직영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