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 이대리] 한국전력 유일 해저케이블 베테랑…"제주도 대정전은 없다"
한반도 최남단 전남 해남·진도와 제주 사이에는 수백 ㎞에 달하는 송전용 해저케이블이 놓여 있다. 자체 발전설비가 거의 없는 제주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만약 사고로 케이블이 끊긴다면 제주는 ‘블랙아웃(대정전)’을 겪을지 모른다.

직원 2만명이 넘는 한국전력에서 이 해저케이블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2명. 그중 한 명이 한전 광주전남지역본부 강진전력지사 김경모 과장(46·사진 가운데)이다.

김 과장은 3년째 전남과 제주 등 섬을 잇는 송전용 해저케이블 업무를 맡고 있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1996년 한전에 입사한 그는 초기 몇 년을 빼고는 계속 바다를 무대로 일해왔다. “처음엔 솔직히 이 업무를 맡기가 꺼렸죠.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일해야 하는데 거의 배를 타본 적이 없으니까요.”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하루 종일 바다 위에서 작업한다. 배에 익숙지 않던 김 과장은 한동안 극심한 멀미에 시달려야 했다. 더구나 그가 주로 거쳐가는 곳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진도 해역 인근이다. 풍랑이 강한 곳이다. 안전을 걱정하는 가족 등 주변의 만류가 상당했다.

실제 아찔한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2014년 겨울 전남 지방에 폭설이 내리면서 신안 지역 작은 섬에 들어가는 해저케이블이 고장 났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수리가 어렵다고 판단한 김 과장은 눈보라와 폭풍우에도 배를 몰았다. 그는 “엄청난 파도를 이겨내고 간신히 복구를 끝냈을 때 ‘내가 미쳤지’란 혼잣말이 저절로 나오더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해저케이블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이런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그는 “해저케이블 업무를 경험한 사람은 한전에서도 손으로 꼽을 정도”라며 “남들과 똑같은 일 대신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게 보람”이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