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에이스급 인력의 잇단 이탈로 술렁이고 있다.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한탄도 나온다.

15일 기재부에 따르면 국제금융정책국의 박준규 국제기구과장(행시 41회)이 삼성경제연구소로 이직하겠다며 제출한 사표가 최근 수리됐다. 박 전 과장은 상무 직급을 제시 받았다.

박 과장은 기재부에서 대표적인 ‘국제통’으로 꼽혔다. 2006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땄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코노미스트로 파견 나가 글로벌 자본시장과 국부펀드 자문 업무를 맡았다. 기재부 복귀 후엔 뛰어난 영어 실력과 국제 감각을 인정 받아 외신 대변인을 맡았었다. 박 과장은 동료들에게 “민간 부분에서 기업 경쟁력 향상과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과장 이상급 핵심 인력의 이직은 올 들어 두 번째다. 지난 4월엔 김이태 부이사관(행시 36회)이 삼성전자 기업설명(IR)그룹 상무로 옮겼다. 박 상무는 기재부에서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 등 국제금융라인의 핵심보직을 거쳤다. IMF 통화자본시장국 자문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지원 업무도 담당했었다.

주로 국제금융라인의 에이스급 관료들이 민간행을 택하는 것과 관련해 기재부 내부에서도 동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금융정책국, 국제금융협력국, 대외경제국 등 국제라인은 국제 감각을 익힐 수 있고 해외 근무 기회가 비교적 많아 기재부 사무관급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1순위 국(局)으로 꼽힌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공직에 있으면서 만든 경력을 바탕으로 민간으로 이직하는 것은 도의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과거보다 낮아진 기재부의 위상과 세종시 이전에 따른 피로감 때문에 기재부 관료의 민간 이직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 등 민간 영역의 힘이 강해지는 반면 행정부의 위상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며 “요즘 젊은 직원들은 고위 공직자가 꿈이 아니라 경력을 쌓고 민간 연구소나 대학 등으로 옮겨가는 게 목표라고 스스럼 없이 말한다”고 설명했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재부의 한 국장은 “좋은 처우를 보장 받고 민간으로 이직하는 후배들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국가 정책을 움직인다는 자부심과 애국심만으로 인재를 붙잡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민간보다 낮은 임금과 복지 수준이 문제”라며 “대기업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까지는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