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프랑스 마르세유로 떠나다…지중해 맞닿은 '유럽 문화수도'… 과거와 현재가 만난 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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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틴 양식 대성당, 물의 궁전…그대의 발걸음을 기다린다
24㎞ 거대한 석회암 절벽…예술가들 영감 얻어
'몽테크리스토 백작' 배경된 이프성은 요새? 감옥?
24㎞ 거대한 석회암 절벽…예술가들 영감 얻어
'몽테크리스토 백작' 배경된 이프성은 요새? 감옥?
프랑스 제2도시로 꼽히는 마르세유는 2600년에 걸친 오랜 역사와 화려한 문화유산을 간직한 곳이다. 마르세유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지인 ‘르 파니에’는 좁은 골목, 형형색색의 작은 광장들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지인 이프 성(城)과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도 마르세유의 주요 관광지다. ‘야경이 멋진 도시, 바다가 아름다운 도시, 볼거리가 많은 도시’로 기억될 마르세유를 다녀왔다. 순식간에 방문객을 사로잡은 마르세유의 매력은 오래도록 발길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편견을 깨뜨린 마르세유 여행
마르세유는 지중해를 끼고 20㎞ 정도 뻗어 있는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파리 다음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며 많은 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있어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되기도 했다. 연중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공원과 녹지가 많은 도시엔 수많은 요트와 어우러진 옛 항구(올드포트)의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항구의 노을과 로맨틱한 야경은 그 어떤 수식어가 필요 없을 만큼 아름답다.
사실 마르세유를 가기 전 받았던 느낌은 ‘위험하다’였다. “밤에 여자 혼자 돌아다니지 말아라, 소지품을 주의해라, 사람들을 조심해라”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기우였다. 때로는 걱정 어린 조언이 여행자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다. 실체를 보려면 직접 가는 수밖에 없다.
마르세유를 생각하면 ‘파스티스(Pastis)’란 이름이 떠오른다. 초콜릿색 피부에 다부진 외모를 지닌 친구인 파스티스는 항상 자신이 마르세유 출신임을 강조했다. 이 친구 덕분에 식전주로 유명한 파스티스(Pastis)란 술도 접하게 됐다. 옛 항구 근처를 돌아보다가 아무 식당에 들어가 식전주로 파스티스 한 잔을 청했다. 얼음으로 채운 잔에 파스티스를 붓고 물을 섞으니 순식간에 뿌옇게 색깔이 변했다. 이 술에 들어 있는 ‘아나이스’란 허 브가 독특한 향을 만든다. 그리스와 터키의 전통 술인 ‘우조’ ‘라키’와 맛이 비슷하다. 마르세유에서 프랑스식 생선스튜인 부야베스(bouillabaisse)를 맛보지 못하면 섭섭하다. 굳이 맛집을 검색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항구 근처엔 낭만적인 식당이 즐비하다. 운이 좋았는지 자칭 ‘마르세유 최고의 부야베스’를 만드는 집에서 첫 식사를 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다. 입담 좋은 주인 덕분에 마르세유의 첫날밤은 마냥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으니까.
도시를 상징하는 박물관과 유적지 프랑스 제2의 도시 마르세유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칙칙했던 옛 항구는 세계적인 건축가와 아티스트들의 야심 찬 도시재생계획에 따라 새롭게 태어났다. 옛 항구에는 대관람차, 대형 거울조형물, 루디 리시오티가 설계한 박물관 뮤셈(MUCEM) 등이 들어선 이후 확 달라졌다. 특히 마르세유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뮤셈은 2013년 개관한 이후 곧 도시의 상징물이 됐다. 뮤셈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카페테라스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갖거나 건물 최상층에 올라가 노을에 물드는 도시를 지켜보는 것. 현대예술의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뮤셈과 생장요새 사이에 놓인 다리에선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광경이 펼쳐진다.
도시의 오래된 건축물도 빼놓을 수 없다.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대성당(Basilique Notre-Dame-de-la-Garde)은 13세기 로마 비잔틴 양식의 건물이다. 대성당에서 내려다보면 마르세유가 한눈에 보인다. 종교를 떠나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내부는 화려한 성당 외관 못지않게 아름답다.
마르세유 역에서 동북쪽으로 500m 정도 걸어가면 ‘물의 궁전’이라고도 불리는 롱샹 궁전(Palais Longchamp)에 닿는다. 1869년 건축가 에스페랑디유가 완성한 대리석 궁전으로 ‘뒤랑스 강의 여신’에게 바친 성이다. 19세기 마르세유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심각한 물 부족을 겪던 시기에 뒤랑스 강과 도시를 연결하는 수로를 건설했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마르세유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인 르 파니에 지역은 젊은 예술가들과 보보스족(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사람들)이 정착해 뉴타운으로 급부상한 곳이다. 마르세유에서 고풍스러운 거리와 상징적인 역사 건축물, 유적지, 전통 공예와 장인들의 아틀리에를 둘러볼 수 있다.
마르세유에서 살 만한 기념품은 사각형 모양의 사봉 드 마르세유 비누다. 올리브오일이 70% 이상 들어간 비누로 방부제나 향료 등을 넣지 않아 민감한 피부에도 좋다. 프로방스의 전통과자 나베트(navette)는 꼭 맛보는 것이 좋다. 버터가 들어가지 않아 담백하고, 반죽에 오렌지 꽃물을 넣어 은은한 꽃 향이 퍼진다. 생각하니 길쭉한 배 모양의 과자를 먹으며 거닐던 바닷가의 향긋했던 기억들이 다시금 떠오르는 듯하다.
소설의 배경이 된 작은 섬으로 이프 섬은 마르세유 해변에서 남서쪽으로 약 3㎞ 떨어진 바위섬이다. 마르세유 시티패스를 갖고 있다면 공짜로 갈 수 있다. 이 섬이 유명한 까닭은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지이기 때문이다. 섬 내부의 이프 성은 1524년 프랑수아 1세가 이탈리아와의 해전을 위해 건설한 요새였는데 이후 17세기까지 정치범들을 가두는 감옥으로 썼다. 그중 루이 14세에게 미움을 받았던 철가면도 있었다고 한다.
옛 항구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섬까지 약 30분 걸린다. 멀어져 가는 마르세유의 모습과 지중해의 파란 바다를 감상하다 보면 금세 도착한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파도가 센 날은 배가 이프 섬에 정박하지 않는다. 날씨 운이 좋은 사람만 이 섬에 갈 수 있는 셈. 1529년 군사적인 목적으로 지은 이프 성은 소설에 묘사된 대로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험난한 철옹성처럼 보이진 않는다. 여행자의 눈에는 그저 평화롭고 아름다운 지중해의 낭만적인 성으로 다가올 뿐.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영화화됐을 때 마찬가지 이유로 촬영을 다른 곳에서 했다고 한다. 만약 이프 섬에 갈 수 없는 날이라면 프리울(Frioul) 섬에 가는 길에 이프 성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프 섬에 정박할 수 없는 날씨였다. 이프 섬에 가지 못한다면 가까운 프리울 섬만 여행할 수도 있다. 두 개의 섬으로 이뤄진 프리울 섬을 여유롭게 즐기려면 3~4시간 정도 필요하다. 욕심내지 않고 한 섬만 걷기로 했다. 하얗고 건조해 보이는 바위들, 이름 모를 형형색색의 들꽃들 사이를 걸어 의기양양한 바닷새들과 함께 푸른 지중해 한가운데 섰다. 섬의 주인인 양 자연을 즐기며 늦장을 부리다 보니 돌아가는 배를 놓쳐버렸다. 하지만 한 시간마다 배가 다니므로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돌아오는 배에서 이프 섬을 돌아봤다. 다음엔 행운의 여신이 이프 섬을 허락해주겠지. 돌아와야 할 이유를 한 조각 남기고 섬을 나왔다.
세계적인 휴양지가 부럽지 않은 카시스
마르세유를 기점으로 남부 프랑스를 돌아볼 수 있는 여행 상품만 수십 가지에 달한다. 남프랑스의 유명 도시인 니스, 칸, 모나코, 에즈까지 다녀올 수 있는 10시간짜리 일일여행도 200달러 미만이면 예약할 수 있다. 그중 카시스(Cassis)는 여름이면 세계 유명 인사들이 찾고, 명품 브랜드 쇼가 열리는 세계적 휴양지인 생트로페(Saint Tropez)를 닮았다고 해서 ‘작은 생트로페’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다.
마르세유에서 카시스까지는 버스나 기차로 약 30~50분 걸린다. 기차로 가면 버스를 갈아타야 해서 번거로우니 렌터카나 택시를 타는 게 낫다. 마르세유에서 택시를 타면 약 20분 소요된다. 요금은 택시 편도가 40유로 정도고, 기차·버스는 1인당 6유로 정도 나온다.
택시를 타고 도착하니 작은 해안마을은 멋쟁이 휴양객들로 북적북적했다. 해안가를 한 구역 정도 벗어난 작은 골목들에는 카페,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골목 안을 걷다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아 소박한 남프랑스식 코스요리를 주문했다. 카시스 지방의 와인 한 병을 둘이서 비웠다. 운전하지 않아도 되니 근심이 없었다. 카시스에서 맛본 작은 여유와 평화로움은 바쁜 여행자의 마음을 잠시나마 포근하게 안아주기에 충분했다. 오후엔 카시스에서 출발하는 칼랑크(Calanques) 보트트립을 예약했다. 칼랑크는 ‘바다나 호수의 좁은 물 어귀’를 뜻하는 것으로 물길이 석회암 절벽 사이로 흘러 들어온 만(灣)과 같은 지형이다. 마르세유와 카시스 사이에는 길이 24㎞에 걸쳐 거대한 칼랑크가 형성돼 있는데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절경을 이룬다. 하얀색 석회암 바위 절벽, 소나무 숲, 파란 바다에 칼랑크를 따라 줄지어 정박한 요트들이 한데 어우러진 장관은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줬다.
칼랑크를 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페리를 타고 바다에서 경관을 감상하거나 절벽을 따라 걷는 것이다. 페리는 마르세유나 카시스에서도 출발한다. 소요 시간과 코스는 다양한데 가장 긴 일정은 8개 칼랑크를 보는 것으로 1시간30분이 걸리며 1인당 22유로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위대한 자연은 야생을 잘 간직하고 있다. 근처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도 있으니 멋진 풍경을 보면서 미식도 즐길 수 있다.
마르세유=조은영 무브매거진 편집장 travel.cho@gmail.com
여행메모
파리-마르세유는 고속열차 테제베(TGV)로 3시간30분 걸린다. 유럽 주요 도시를 거치면 마르세유까지 항공편으로 갈 수 있다. 인천에서 마르세유 직항은 없으나 때에 따라 전세기를 운영하니 참고하자.
현지에서 교통 이동이 많다면 관광안내소에 들러 ‘마르세유 시티패스’를 사도록 하자. 시티패스를 사면 24시간 또는 48시간 동안 버스, 지하철, 트램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여러 관광지 입장료 할인, 무료입장, 기념품 등을 받을 수 있으므로 자유여행자의 필수품으로 꼽힌다.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유명한 이프 섬을 비롯해 프리울 섬까지 가는 배도 시티패스가 있으면 무료다. 22유로부터 판다. 참고로 한 섬만 가는 데 필요한 비용은 10.5유로, 두 개 섬을 모두 돌아보려면 15.6유로이니 시티패스가 훨씬 경제적이다. marseille-tourisme.com
마르세유 추천 숙소는 뷰포트에 있는 3성급 호텔인 뉴호텔 마르세유(New Hotel Marseille)다. 깔끔한 객실과 편리한 위치가 장점. 시내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4성급 뉴호텔 봄파흐(New Hotel bompard)는 정원이 아름답고 객실이 넓어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다.
편견을 깨뜨린 마르세유 여행
마르세유는 지중해를 끼고 20㎞ 정도 뻗어 있는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파리 다음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며 많은 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있어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되기도 했다. 연중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공원과 녹지가 많은 도시엔 수많은 요트와 어우러진 옛 항구(올드포트)의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항구의 노을과 로맨틱한 야경은 그 어떤 수식어가 필요 없을 만큼 아름답다.
사실 마르세유를 가기 전 받았던 느낌은 ‘위험하다’였다. “밤에 여자 혼자 돌아다니지 말아라, 소지품을 주의해라, 사람들을 조심해라”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기우였다. 때로는 걱정 어린 조언이 여행자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다. 실체를 보려면 직접 가는 수밖에 없다.
마르세유를 생각하면 ‘파스티스(Pastis)’란 이름이 떠오른다. 초콜릿색 피부에 다부진 외모를 지닌 친구인 파스티스는 항상 자신이 마르세유 출신임을 강조했다. 이 친구 덕분에 식전주로 유명한 파스티스(Pastis)란 술도 접하게 됐다. 옛 항구 근처를 돌아보다가 아무 식당에 들어가 식전주로 파스티스 한 잔을 청했다. 얼음으로 채운 잔에 파스티스를 붓고 물을 섞으니 순식간에 뿌옇게 색깔이 변했다. 이 술에 들어 있는 ‘아나이스’란 허 브가 독특한 향을 만든다. 그리스와 터키의 전통 술인 ‘우조’ ‘라키’와 맛이 비슷하다. 마르세유에서 프랑스식 생선스튜인 부야베스(bouillabaisse)를 맛보지 못하면 섭섭하다. 굳이 맛집을 검색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항구 근처엔 낭만적인 식당이 즐비하다. 운이 좋았는지 자칭 ‘마르세유 최고의 부야베스’를 만드는 집에서 첫 식사를 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다. 입담 좋은 주인 덕분에 마르세유의 첫날밤은 마냥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으니까.
도시를 상징하는 박물관과 유적지 프랑스 제2의 도시 마르세유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칙칙했던 옛 항구는 세계적인 건축가와 아티스트들의 야심 찬 도시재생계획에 따라 새롭게 태어났다. 옛 항구에는 대관람차, 대형 거울조형물, 루디 리시오티가 설계한 박물관 뮤셈(MUCEM) 등이 들어선 이후 확 달라졌다. 특히 마르세유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뮤셈은 2013년 개관한 이후 곧 도시의 상징물이 됐다. 뮤셈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카페테라스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갖거나 건물 최상층에 올라가 노을에 물드는 도시를 지켜보는 것. 현대예술의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뮤셈과 생장요새 사이에 놓인 다리에선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광경이 펼쳐진다.
도시의 오래된 건축물도 빼놓을 수 없다.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대성당(Basilique Notre-Dame-de-la-Garde)은 13세기 로마 비잔틴 양식의 건물이다. 대성당에서 내려다보면 마르세유가 한눈에 보인다. 종교를 떠나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내부는 화려한 성당 외관 못지않게 아름답다.
마르세유 역에서 동북쪽으로 500m 정도 걸어가면 ‘물의 궁전’이라고도 불리는 롱샹 궁전(Palais Longchamp)에 닿는다. 1869년 건축가 에스페랑디유가 완성한 대리석 궁전으로 ‘뒤랑스 강의 여신’에게 바친 성이다. 19세기 마르세유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심각한 물 부족을 겪던 시기에 뒤랑스 강과 도시를 연결하는 수로를 건설했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마르세유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인 르 파니에 지역은 젊은 예술가들과 보보스족(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사람들)이 정착해 뉴타운으로 급부상한 곳이다. 마르세유에서 고풍스러운 거리와 상징적인 역사 건축물, 유적지, 전통 공예와 장인들의 아틀리에를 둘러볼 수 있다.
마르세유에서 살 만한 기념품은 사각형 모양의 사봉 드 마르세유 비누다. 올리브오일이 70% 이상 들어간 비누로 방부제나 향료 등을 넣지 않아 민감한 피부에도 좋다. 프로방스의 전통과자 나베트(navette)는 꼭 맛보는 것이 좋다. 버터가 들어가지 않아 담백하고, 반죽에 오렌지 꽃물을 넣어 은은한 꽃 향이 퍼진다. 생각하니 길쭉한 배 모양의 과자를 먹으며 거닐던 바닷가의 향긋했던 기억들이 다시금 떠오르는 듯하다.
소설의 배경이 된 작은 섬으로 이프 섬은 마르세유 해변에서 남서쪽으로 약 3㎞ 떨어진 바위섬이다. 마르세유 시티패스를 갖고 있다면 공짜로 갈 수 있다. 이 섬이 유명한 까닭은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지이기 때문이다. 섬 내부의 이프 성은 1524년 프랑수아 1세가 이탈리아와의 해전을 위해 건설한 요새였는데 이후 17세기까지 정치범들을 가두는 감옥으로 썼다. 그중 루이 14세에게 미움을 받았던 철가면도 있었다고 한다.
옛 항구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섬까지 약 30분 걸린다. 멀어져 가는 마르세유의 모습과 지중해의 파란 바다를 감상하다 보면 금세 도착한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파도가 센 날은 배가 이프 섬에 정박하지 않는다. 날씨 운이 좋은 사람만 이 섬에 갈 수 있는 셈. 1529년 군사적인 목적으로 지은 이프 성은 소설에 묘사된 대로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험난한 철옹성처럼 보이진 않는다. 여행자의 눈에는 그저 평화롭고 아름다운 지중해의 낭만적인 성으로 다가올 뿐.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영화화됐을 때 마찬가지 이유로 촬영을 다른 곳에서 했다고 한다. 만약 이프 섬에 갈 수 없는 날이라면 프리울(Frioul) 섬에 가는 길에 이프 성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프 섬에 정박할 수 없는 날씨였다. 이프 섬에 가지 못한다면 가까운 프리울 섬만 여행할 수도 있다. 두 개의 섬으로 이뤄진 프리울 섬을 여유롭게 즐기려면 3~4시간 정도 필요하다. 욕심내지 않고 한 섬만 걷기로 했다. 하얗고 건조해 보이는 바위들, 이름 모를 형형색색의 들꽃들 사이를 걸어 의기양양한 바닷새들과 함께 푸른 지중해 한가운데 섰다. 섬의 주인인 양 자연을 즐기며 늦장을 부리다 보니 돌아가는 배를 놓쳐버렸다. 하지만 한 시간마다 배가 다니므로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돌아오는 배에서 이프 섬을 돌아봤다. 다음엔 행운의 여신이 이프 섬을 허락해주겠지. 돌아와야 할 이유를 한 조각 남기고 섬을 나왔다.
세계적인 휴양지가 부럽지 않은 카시스
마르세유를 기점으로 남부 프랑스를 돌아볼 수 있는 여행 상품만 수십 가지에 달한다. 남프랑스의 유명 도시인 니스, 칸, 모나코, 에즈까지 다녀올 수 있는 10시간짜리 일일여행도 200달러 미만이면 예약할 수 있다. 그중 카시스(Cassis)는 여름이면 세계 유명 인사들이 찾고, 명품 브랜드 쇼가 열리는 세계적 휴양지인 생트로페(Saint Tropez)를 닮았다고 해서 ‘작은 생트로페’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다.
마르세유에서 카시스까지는 버스나 기차로 약 30~50분 걸린다. 기차로 가면 버스를 갈아타야 해서 번거로우니 렌터카나 택시를 타는 게 낫다. 마르세유에서 택시를 타면 약 20분 소요된다. 요금은 택시 편도가 40유로 정도고, 기차·버스는 1인당 6유로 정도 나온다.
택시를 타고 도착하니 작은 해안마을은 멋쟁이 휴양객들로 북적북적했다. 해안가를 한 구역 정도 벗어난 작은 골목들에는 카페,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골목 안을 걷다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아 소박한 남프랑스식 코스요리를 주문했다. 카시스 지방의 와인 한 병을 둘이서 비웠다. 운전하지 않아도 되니 근심이 없었다. 카시스에서 맛본 작은 여유와 평화로움은 바쁜 여행자의 마음을 잠시나마 포근하게 안아주기에 충분했다. 오후엔 카시스에서 출발하는 칼랑크(Calanques) 보트트립을 예약했다. 칼랑크는 ‘바다나 호수의 좁은 물 어귀’를 뜻하는 것으로 물길이 석회암 절벽 사이로 흘러 들어온 만(灣)과 같은 지형이다. 마르세유와 카시스 사이에는 길이 24㎞에 걸쳐 거대한 칼랑크가 형성돼 있는데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절경을 이룬다. 하얀색 석회암 바위 절벽, 소나무 숲, 파란 바다에 칼랑크를 따라 줄지어 정박한 요트들이 한데 어우러진 장관은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줬다.
칼랑크를 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페리를 타고 바다에서 경관을 감상하거나 절벽을 따라 걷는 것이다. 페리는 마르세유나 카시스에서도 출발한다. 소요 시간과 코스는 다양한데 가장 긴 일정은 8개 칼랑크를 보는 것으로 1시간30분이 걸리며 1인당 22유로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위대한 자연은 야생을 잘 간직하고 있다. 근처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도 있으니 멋진 풍경을 보면서 미식도 즐길 수 있다.
마르세유=조은영 무브매거진 편집장 travel.cho@gmail.com
여행메모
파리-마르세유는 고속열차 테제베(TGV)로 3시간30분 걸린다. 유럽 주요 도시를 거치면 마르세유까지 항공편으로 갈 수 있다. 인천에서 마르세유 직항은 없으나 때에 따라 전세기를 운영하니 참고하자.
현지에서 교통 이동이 많다면 관광안내소에 들러 ‘마르세유 시티패스’를 사도록 하자. 시티패스를 사면 24시간 또는 48시간 동안 버스, 지하철, 트램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여러 관광지 입장료 할인, 무료입장, 기념품 등을 받을 수 있으므로 자유여행자의 필수품으로 꼽힌다.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유명한 이프 섬을 비롯해 프리울 섬까지 가는 배도 시티패스가 있으면 무료다. 22유로부터 판다. 참고로 한 섬만 가는 데 필요한 비용은 10.5유로, 두 개 섬을 모두 돌아보려면 15.6유로이니 시티패스가 훨씬 경제적이다. marseille-tourisme.com
마르세유 추천 숙소는 뷰포트에 있는 3성급 호텔인 뉴호텔 마르세유(New Hotel Marseille)다. 깔끔한 객실과 편리한 위치가 장점. 시내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4성급 뉴호텔 봄파흐(New Hotel bompard)는 정원이 아름답고 객실이 넓어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