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공무원의 위상이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사실은 공무원 선발 시험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국회사무처에서 시행하는 입법부 일반직 5급 공무원 채용시험(입법고시)의 경쟁률이 행정부 5급 공무원 채용시험(행정고시) 경쟁률을 크게 웃도는 것이 대표적인 단면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행정직 7명, 재경직 7명, 법제직 2명 등 일반직 5급 공무원 16명을 뽑은 올해 입법고시에는 총 4515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82.2 대 1에 달했다. 이에 비해 올해 행정고시는 264명 모집에 1만797명이 지원해 40.9 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행정고시의 ‘모의고사’ 정도로 여겨지던 입법고시의 인기가 최근 들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건 그만큼 국회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대부분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서울 근무가 보장되는 입법고시를 선호하는 수험생도 늘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근무 중인 권모 사무관은 2013년 6월 입법고시에 붙은 데 이어 같은해 11월 행정고시까지 합격했다. 이른바 ‘양(兩)시 패스’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정부 부처에 가는 것이 당연했지만 권 사무관은 국회를 선택했다. 그는 국회에 남기로 한 것에 대해 “처음부터 국회에서 일할 것을 생각하고 공부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일을 해보니 국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져 남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사 적체가 심한 정부 부처보다 승진이 빠르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입법조사관은 “정치에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국회에서도 정책 영역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며 “입법고시 출신들의 역할 역시 계속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회의 입법 업무를 지원하는 업무 특성상 정치적 입김에서 한발 벗어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회 관계자는 “행정부 공무원은 정권이 바뀌면 인사부터 정책방향 등 업무가 완전히 바뀔 수 있지만 국회 공무원은 이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