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무비자의 역습'…불법체류자 5년새 30배↑, 1천명당 7명 꼴
제주에 놀러온 중국인이 제주시 연동의 한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을 무참히 찔러 숨지게 했다. 이 같은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첸모씨(50)는 추석 연휴 무비자로 제주를 찾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제주의 무사증(무비자)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크게 기여했지만 한 해 수천명의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성당에서 기도하던 중 첸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피해자 김모씨(61)가 이날 아침 숨을 거뒀다. 관광 목적으로 지난 13일 제주에 입국한 첸씨는 회개하기 위해 자신이 묵던 숙소 부근 성당에 갔는데 거기에서 한 여성이 기도하는 것을 보자 전 아내 생각에 화가나 범행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인 등 외국인 범죄가 수년 새 급증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제주 무비자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엔 유커(중국인 관광객) 일행 8명이 제주의 한 음식점에서 여주인과 손님 등을 폭행하기도 했다.

제주 무비자 제도는 2008년 개별 관광객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됐다. 그 덕에 무비자로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09년 6만9569명에서 지난해 62만9724명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불법체류자는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같은 기간 불법체류자는 100명 안팎에서 4353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000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7월까지 무비자로 입국한 54만3618명 중 3836명이 잠적했다. 1000명 중 7명꼴이다. 경찰 관계자는 “브로커, 운송책 등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지난해부터 제주 내 건설 붐으로 불법체류자가 급속도로 늘었다”며 “마약, 성매매 등 강력 범죄에 가담하는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응은 미온적이다.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제주출입국관리소 직원은 8명이고, 외국인 범죄를 담당하는 제주경찰청 외사계와 국제범죄수사대도 5~6명뿐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찰이 제주시 연동·노형동 등 외국인이 많은 지역을 외사치안안전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특별관리하고 있지만 불법체류자가 급증해 역부족”이라며 “외국인 출입국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