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지방경기 침체에 지방은행 채권값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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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침체·구조조정 여파
여신 건전성에 악영향 우려
호남은 부동산 급속 위축
여신 건전성에 악영향 우려
호남은 부동산 급속 위축
경남은행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 채권이 시중은행과 달리 투자자로부터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방 중소 제조업체의 건강 상태가 악화한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더해진 탓이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중소기업 및 부동산 여신 비중으로 인해 신용등급 전망이 밝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진한 지방은행 채권 수요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모회사인 JB금융지주는 지난달 25일 5년 만기 회사채를 연 1.71% 금리로 발행했다.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금리(민평금리)인 연 1.64%보다 0.07%포인트 높다. 발행금리는 일반적으로 채권 매수 수요가 부진할 때 평가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정해진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경남은행은 지난 5일 다소 높은 수준의 금리에 10년 만기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를 발행했다. 1000억원 모집에 1800억원어치 수요가 참여했지만, 발행금리는 연 3.47%로 10개월 전 발행 당시보다 0.03%포인트 낮추는데 그쳤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 6월 연 1.25%로 0.25%포인트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조달비용이 올라간 셈이다. 코코본드란 금융회사가 부실해졌을 때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는 조건이 붙은 증권이다.
경남은행은 자사 채권의 투자위험 요인으로 “조선 및 해운업 침체와 구조조정 여파로 조선기자재 등 관련 납품업체의 실적이 나빠지고 부동산 가격은 떨어져 경남 및 울산지역 경제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며 “은행 여신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행 신용등급 전망도 밝지 않다는 평가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3일 경남은행 신용등급(AA+) 전망을 기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췄다. 윤희경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영업 지역인 울산·경남 지역의 경기 침체가 심해지면서 재무구조 개선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유동자금이 주로 시중은행에 몰리면서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간 채권금리 격차도 커지는 추세다. KB국민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KB금융지주는 JB금융지주가 회사채를 발행한 지난달 25일 연 1.46% 금리로 5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두 회사의 5년 만기 채권 평가금리 격차는 1년 전 약 0.08%포인트에서 최근 0.20%포인트 안팎으로 벌어졌다. 시중은행 채권 금리가 더 빠른 속도로 하락(채권 가격이 상승)했다는 뜻이다.
◆수도권보다 나쁜 지방 경기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지방은행 분석 보고서를 내고 경남지역 산업, 고용, 부동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침체해 있다고 분석했다. 항만도시 부산에 대해서도 제반 경제지표가 양호하지만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확대로 앞으로의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전북 등 호남지역에 대해선 산업과 고용 지표가 양호한 반면 부동산 관련 지표가 올 들어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호남과 경남의 미분양 주택은 작년 말 3만가구 수준에서 최근 6만가구로 늘어났다. 수도권 미분양 가구 수가 2015년 말 전후로 크게 늘어났다가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지방은행 부실채권도 시중은행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경기 민감도가 높은 지방 중소제조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시중은행보다 높기 때문이다. 3월 말 현재 지방은행 여신은 대기업 8%, 중소기업 61%, 가계 28%로 구성돼 있다. 시중은행은 대기업 19%, 중소기업 33%, 가계 47%다.
지난 3월 말 기준 신규 부실채권발생 비율(직전 1년간 누적 기준)은 경남은행(2.8%), 제주은행(2.3%), 대구은행(2.2%), 부산은행(1.7%)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매각·상각 전 고정이하 여신비율(직전 1년간 누적 기준)은 경남은행(3.0%), 대구은행(2.4%), 우리은행(2.2%) 부산은행(2.0%) 순이다.
윤 연구원은 “2014년 이후 시중은행의 실질 자산건전성 지표는 좋아지고 있는 반면 지방은행들은 뒷걸음질치는 추세”라며 “경남지역은 조선업황 부진으로 산업·고용·부동산지표가, 호남지역은 부동산지표가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부진한 지방은행 채권 수요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모회사인 JB금융지주는 지난달 25일 5년 만기 회사채를 연 1.71% 금리로 발행했다.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금리(민평금리)인 연 1.64%보다 0.07%포인트 높다. 발행금리는 일반적으로 채권 매수 수요가 부진할 때 평가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정해진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경남은행은 지난 5일 다소 높은 수준의 금리에 10년 만기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를 발행했다. 1000억원 모집에 1800억원어치 수요가 참여했지만, 발행금리는 연 3.47%로 10개월 전 발행 당시보다 0.03%포인트 낮추는데 그쳤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 6월 연 1.25%로 0.25%포인트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조달비용이 올라간 셈이다. 코코본드란 금융회사가 부실해졌을 때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는 조건이 붙은 증권이다.
경남은행은 자사 채권의 투자위험 요인으로 “조선 및 해운업 침체와 구조조정 여파로 조선기자재 등 관련 납품업체의 실적이 나빠지고 부동산 가격은 떨어져 경남 및 울산지역 경제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며 “은행 여신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행 신용등급 전망도 밝지 않다는 평가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3일 경남은행 신용등급(AA+) 전망을 기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췄다. 윤희경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영업 지역인 울산·경남 지역의 경기 침체가 심해지면서 재무구조 개선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유동자금이 주로 시중은행에 몰리면서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간 채권금리 격차도 커지는 추세다. KB국민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KB금융지주는 JB금융지주가 회사채를 발행한 지난달 25일 연 1.46% 금리로 5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두 회사의 5년 만기 채권 평가금리 격차는 1년 전 약 0.08%포인트에서 최근 0.20%포인트 안팎으로 벌어졌다. 시중은행 채권 금리가 더 빠른 속도로 하락(채권 가격이 상승)했다는 뜻이다.
◆수도권보다 나쁜 지방 경기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지방은행 분석 보고서를 내고 경남지역 산업, 고용, 부동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침체해 있다고 분석했다. 항만도시 부산에 대해서도 제반 경제지표가 양호하지만 “최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확대로 앞으로의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전북 등 호남지역에 대해선 산업과 고용 지표가 양호한 반면 부동산 관련 지표가 올 들어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호남과 경남의 미분양 주택은 작년 말 3만가구 수준에서 최근 6만가구로 늘어났다. 수도권 미분양 가구 수가 2015년 말 전후로 크게 늘어났다가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지방은행 부실채권도 시중은행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경기 민감도가 높은 지방 중소제조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시중은행보다 높기 때문이다. 3월 말 현재 지방은행 여신은 대기업 8%, 중소기업 61%, 가계 28%로 구성돼 있다. 시중은행은 대기업 19%, 중소기업 33%, 가계 47%다.
지난 3월 말 기준 신규 부실채권발생 비율(직전 1년간 누적 기준)은 경남은행(2.8%), 제주은행(2.3%), 대구은행(2.2%), 부산은행(1.7%)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매각·상각 전 고정이하 여신비율(직전 1년간 누적 기준)은 경남은행(3.0%), 대구은행(2.4%), 우리은행(2.2%) 부산은행(2.0%) 순이다.
윤 연구원은 “2014년 이후 시중은행의 실질 자산건전성 지표는 좋아지고 있는 반면 지방은행들은 뒷걸음질치는 추세”라며 “경남지역은 조선업황 부진으로 산업·고용·부동산지표가, 호남지역은 부동산지표가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