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 능산리 고분군 8호분의 연문. 문화재청 제공
충남 부여 능산리 고분군 8호분의 연문. 문화재청 제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부여 능산리 고분군(사적 제14호)의 고분 두 기가 왕릉급인 것으로 확인됐다. 무령왕릉 이후 백제의 왕릉급 무덤이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6월부터 능산리 고분군 4차 발굴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0일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능산리 고분군에는 고분 17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며 “이들에 대한 추가 발굴조사에서 8호분과 10호분이 왕릉급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지금껏 존재가 확인되지 않던 고분 세 기도 이번 발굴조사에서 추가로 확인됐다”며 “능산리 고분군에 있는 고분은 20기로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8호분과 10호분이 왕릉급으로 추정되는 것은 백제 왕릉급 무덤에서 확인되는 호석(護石·둘레돌)이 둘러져 있기 때문이다. 고분 입구에서 시신을 안치한 방까지 이르는 연도(羨道)의 문밖에서는 옻칠과 함께 금을 입힌 목관 조각, 금동못 등도 발견됐다. 목관은 무령왕릉 등에서 주로 발견된 고급 목재인 금송(金松)으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왕릉급으로 조사된 고분 중 한 기는 일제강점기에 발굴이 끝났고 다른 한 기는 처음 발굴했으나 도굴 흔적이 역력했다”면서도 “봉분 모양, 호석, 석실이 전체적으로 잘 남아 있어 사료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발굴조사를 이끈 서현주 한국전통문화대 고고학연구소장은 “추가로 발견한 무덤 세 기도 왕릉급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실체는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