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쩐쿤 나노캠텍 신임대표 "한국을 아시아 콘텐츠개발기지로 키우고 싶어"
중국 자본이 소유한 국내 신소재 개발업체 나노캠텍이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엔터테인먼트사업에 진출하기로 정관을 변경하기로 의결했다. 이 소식에 주가는 7%가량 뛰었다. 나노캠텍은 지난 6월 중국 투자회사 클래시컬 레전드 인터내셔널 리미티드가 지분 인수를 통해 최대주주가 됐다. 나노캠텍의 신임 대표에는 클래시컬의 쑨쩐쿤 대표(41)가 선임됐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나노캠텍 사무실에서 쑨 대표를 만나 신사업 비전을 들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은 지금도 경쟁력이 있지만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기술력과 중국 시장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싶습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강점에 대해 그는 생태계가 잘 조성된 것을 꼽았다. 창작자와 제조 인력이 고루 갖춰져 있어 산업이 발전하기 쉽다는 것이다.

“예능과 드라마, 음악 콘텐츠 제작에 주력할 것입니다. 연예인매니지먼트 사업은 제작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만 대상으로 부수적으로 펼칠 거예요. 먼저 올 4분기 한국의 한 방송사와 예능 프로그램을 합작할 계획입니다. 또 다른 한국 제작사와 한국, 중국에서 함께 방영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할 작정입니다. 후난위성TV가 히트한 중국판 ‘아빠 어디가’ 시즌1~3을 연출한 씨에디쿠이 감독 등이 참여할 것입니다.”

쑨 대표는 합작사업이 기존 모델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한국 예능 포맷을 중국 방송사가 구입해 중국어 버전으로 리메이크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런 사업 모델은 중국당국의 견제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원합니다. 한국에서 창작 프로그램을 제작해 중국 등 세계에 판매할 것입니다. 한국을 아시아의 종합예능 창작센터로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의 우수 인재까지 모으고 관련 매체와 대학도 참여시켜 인큐베이팅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제작한 콘텐츠는 한국산이자 중국산입니다. 사드(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로 규제받고 있는 중국시장을 뚫는 데도 문제없습니다.”

쑨 대표는 드라마 제작사업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펼칠 계획이다. 한국 작가가 대본을 쓰고 한국에서 드라마를 제작한다. 이후 한국과 중국 작가를 함께 투입해 중국판으로 다시 제작한다는 구상이다.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중국에서 성공한 드라마를 한국어 버전으로도 제작할 예정이다.

“우리는 단순 유통업체가 아니라 생산업체라는 점이 그동안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과 다릅니다. 중국 자본이 한국 엔터테인먼트업체에 10여건의 굵직한 투자를 했는데 성공한 것도, 실패한 것도 있습니다. SM이나 YG에 알리바바와 텐센트처럼 전략적 투자를 한다면 이익이 크지 않습니다. 우리처럼 경영권을 확보하고 지식재산권을 보유해야 수익이 커질 것입니다.”

우한대에서 경제법을 전공한 쑨 대표는 후난위성TV에서 기자와 PD로 10여년간 일하다가 후난위성TV 홈쇼핑과 전자상거래 자회사를 10년 가까이 경영하면서 콘텐츠와 미디어, 전자상거래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