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 손실회피성·쌍곡형 할인·프레이밍 효과…당신의 투자를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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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영의 재무설계 가이드 (17) 행동경제학
손실회피성 강한 사람은…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껴
위험자산 투자에 머뭇거려
쌍곡형 할인 성향은…
현재의 10만원 가치를 1년 뒤 10만원보다 높게 평가
현재 희생시키는 연금에 부정적
프레이밍 효과는…
중위험 펀드 상품이라도 위험자산 편입 비중은 증권사마다 달라
제시된 '프레임' 신중히 살펴야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손실회피성 강한 사람은…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껴
위험자산 투자에 머뭇거려
쌍곡형 할인 성향은…
현재의 10만원 가치를 1년 뒤 10만원보다 높게 평가
현재 희생시키는 연금에 부정적
프레이밍 효과는…
중위험 펀드 상품이라도 위험자산 편입 비중은 증권사마다 달라
제시된 '프레임' 신중히 살펴야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당신은 3개의 문 중 하나를 골라 그 문 뒤에 있는 상품을 받는다. 하나의 문 뒤에는 자동차가 있고 나머지 2개 뒤에는 염소가 있다. 당신이 문을 선택하면 진행자는 나머지 2개 중 염소가 있는 문을 연다. 이제 당신은 처음 고른 문을 계속 선택하거나 아직 닫혀 있는 다른 문으로 바꿀 수 있다.’
미국 인기 TV 프로그램에서 유래된 ‘몬티 홀 딜레마’다. 이 상황에서 많은 사람은 처음에 한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A, B, C 3개 문 중에서 처음 선택한 문이 A라면, 그것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이다. 사회자가 B와 C 중에서 염소가 있는 문을 열었으니 이제 남은 건 A와 B, C 중 한 개이므로 확률은 2분의 1이니 굳이 선택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선택은 잘못됐다. 선택을 바꾸는 게 유리하다. 몬티 홀 딜레마에서 가능한 선택 상황은 세 가지다. 상황 1에서는 A 뒤에 자동차가 있기 때문에 마지막에 선택을 바꾸면 염소를 받는다. 그러나 상황 2와 3에서는 처음에 선택한 A 뒤에 염소가 있고, 사회자가 염소가 있는 문을 열었으니 마지막에 선택을 바꾸면 자동차를 받는다. 즉 세 가지 상황 중 두 가지는 선택을 바꾸면 자동차를 받기 때문에 선택을 바꿀 경우 성공할 확률이 3분의 2다.
몬티 홀 딜레마는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전통 경제학의 가정을 꼬집는 사례로 유명하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이며 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가정하는 전통 경제학에 따르면 몬티 홀 딜레마에서 사람들은 모두 선택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실제 사람들의 선택은 딴판이다. 비합리적이거나 변칙적인 경우가 오히려 많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이 행동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은 재무설계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손실회피성, 쌍곡형 할인, 프레이밍 효과 등이 주목할 만한 행동경제학의 개념이다. 손실회피성은 같은 금액이라면 손실을 이익보다 훨씬 더 크게 느끼는 현상을 가리킨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카너먼이 트버스키와 함께 제시한 가치함수가 손실회피성을 잘 설명해준다. 가치함수를 그래프로 그리면 좌우 비대칭의 S자 모양이 나온다. 이익 쪽보다 손실 쪽 그래프가 더 가파른 기울기를 보인다. 같은 금액이라면 손실에 대해 느끼는 가치의 크기가 이익으로 인한 가치의 두 배에 이른다.
이 같은 손실회피성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위험자산의 비중을 아주 낮게 유지한다. 물론 자신의 위험선호 성향에 맞지 않게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이면 안 되지만 장기적으로 위험자산의 비중이 너무 낮으면 적절한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요즘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게다가 연금 같은 장기투자라면 위험자산 투자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쌍곡형 할인은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비교할 때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이다. 대다수 사람은 현재의 10만원을 1년 뒤 10만원보다 높게 평가한다. 1년 뒤 손에 쥘 10만원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8만원대나 9만원대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쌍곡형 할인의 경향이 강한 사람들은 현재의 만족을 희생시켜 미래를 준비하는 연금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후 오랜 시간을 편안하게 살아가려면 현재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연금에 대한 저축을 시작하는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는 것도 이런 사람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이런 성향의 사람에겐 ‘내년’이 쉽게 오지 않는다.
프레이밍 효과는 선택지를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지면 판단이나 선택도 달라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통 경제학에선 ‘프레임’이 중요하지 않다. 같은 문제라면 어떤 형태로 표현되더라도 판단이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이 논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두 곳의 금융회사에서 보수적, 중립적, 공격적 특성의 세 가지 펀드 중 하나를 골라 투자해야 할 경우를 가정해보자. 의외로 많은 투자자가 내용보다 선택지를 묘사하는 표현을 보고 펀드를 선택한다. 특히 ‘중립적’이란 선택지에 많은 투자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중립적이란 말을 다르게 해석한다는 데 있다. A금융회사는 보수적, 중립적, 공격적 펀드의 위험자산 편입 비중을 0%, 40%, 80%로, B금융회사는 40%, 70%, 100%로 잡고 있을 수 있다. 금융회사 두 곳에서 모두 중립적 펀드를 고른 투자자는 위험자산 40%와 70%가 포함된 전혀 다른 특성의 펀드를 선택한 셈이다.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프레임을 신중하게 살피지 못하면 의도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미국 인기 TV 프로그램에서 유래된 ‘몬티 홀 딜레마’다. 이 상황에서 많은 사람은 처음에 한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A, B, C 3개 문 중에서 처음 선택한 문이 A라면, 그것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이다. 사회자가 B와 C 중에서 염소가 있는 문을 열었으니 이제 남은 건 A와 B, C 중 한 개이므로 확률은 2분의 1이니 굳이 선택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선택은 잘못됐다. 선택을 바꾸는 게 유리하다. 몬티 홀 딜레마에서 가능한 선택 상황은 세 가지다. 상황 1에서는 A 뒤에 자동차가 있기 때문에 마지막에 선택을 바꾸면 염소를 받는다. 그러나 상황 2와 3에서는 처음에 선택한 A 뒤에 염소가 있고, 사회자가 염소가 있는 문을 열었으니 마지막에 선택을 바꾸면 자동차를 받는다. 즉 세 가지 상황 중 두 가지는 선택을 바꾸면 자동차를 받기 때문에 선택을 바꿀 경우 성공할 확률이 3분의 2다.
몬티 홀 딜레마는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전통 경제학의 가정을 꼬집는 사례로 유명하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이며 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가정하는 전통 경제학에 따르면 몬티 홀 딜레마에서 사람들은 모두 선택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실제 사람들의 선택은 딴판이다. 비합리적이거나 변칙적인 경우가 오히려 많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이 행동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은 재무설계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손실회피성, 쌍곡형 할인, 프레이밍 효과 등이 주목할 만한 행동경제학의 개념이다. 손실회피성은 같은 금액이라면 손실을 이익보다 훨씬 더 크게 느끼는 현상을 가리킨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카너먼이 트버스키와 함께 제시한 가치함수가 손실회피성을 잘 설명해준다. 가치함수를 그래프로 그리면 좌우 비대칭의 S자 모양이 나온다. 이익 쪽보다 손실 쪽 그래프가 더 가파른 기울기를 보인다. 같은 금액이라면 손실에 대해 느끼는 가치의 크기가 이익으로 인한 가치의 두 배에 이른다.
이 같은 손실회피성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위험자산의 비중을 아주 낮게 유지한다. 물론 자신의 위험선호 성향에 맞지 않게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이면 안 되지만 장기적으로 위험자산의 비중이 너무 낮으면 적절한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요즘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게다가 연금 같은 장기투자라면 위험자산 투자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쌍곡형 할인은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비교할 때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이다. 대다수 사람은 현재의 10만원을 1년 뒤 10만원보다 높게 평가한다. 1년 뒤 손에 쥘 10만원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8만원대나 9만원대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쌍곡형 할인의 경향이 강한 사람들은 현재의 만족을 희생시켜 미래를 준비하는 연금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후 오랜 시간을 편안하게 살아가려면 현재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연금에 대한 저축을 시작하는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는 것도 이런 사람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이런 성향의 사람에겐 ‘내년’이 쉽게 오지 않는다.
프레이밍 효과는 선택지를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지면 판단이나 선택도 달라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통 경제학에선 ‘프레임’이 중요하지 않다. 같은 문제라면 어떤 형태로 표현되더라도 판단이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이 논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두 곳의 금융회사에서 보수적, 중립적, 공격적 특성의 세 가지 펀드 중 하나를 골라 투자해야 할 경우를 가정해보자. 의외로 많은 투자자가 내용보다 선택지를 묘사하는 표현을 보고 펀드를 선택한다. 특히 ‘중립적’이란 선택지에 많은 투자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중립적이란 말을 다르게 해석한다는 데 있다. A금융회사는 보수적, 중립적, 공격적 펀드의 위험자산 편입 비중을 0%, 40%, 80%로, B금융회사는 40%, 70%, 100%로 잡고 있을 수 있다. 금융회사 두 곳에서 모두 중립적 펀드를 고른 투자자는 위험자산 40%와 70%가 포함된 전혀 다른 특성의 펀드를 선택한 셈이다.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프레임을 신중하게 살피지 못하면 의도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