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양적완화 장기전 돌입…"물가 2% 달성 때까지 돈 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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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Deep 기존 방식 한계 인정…'정책 틀' 변경
일본은행, 예치금리 -0.1% 동결
10년물 국채금리 0%로 유도…장단기 금리차 인위적으로 조정
마이너스 금리 확대 여지 남겨 …주가 큰폭 오르고 엔화가치 하락
일본은행, 예치금리 -0.1% 동결
10년물 국채금리 0%로 유도…장단기 금리차 인위적으로 조정
마이너스 금리 확대 여지 남겨 …주가 큰폭 오르고 엔화가치 하락
일본은행이 국채 등 장기 시장 금리를 직접 조정하는 새로운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연간 80조엔 규모의 자금(본원통화) 공급 목표를 사실상 폐지하는 대신 장단기 금리의 안정적 유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시장에서 제기된 국채 매입 한계론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마이너스 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전환
일본은행은 2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장단기 금리 조정(일드커브 컨트롤)’을 추가한 양적·질적 금융완화에 나서기로 했다. 새로운 정책 도입은 찬성 7명, 반대 2명으로 결정됐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완화를 더욱 강력하게 하기 위한 새로운 프레임 워크”라며 “정책 지속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유도 방안에는 연간 80조엔 정도의 국채를 사들이지만 매입 국채의 잔존기한은 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일본은행은 국채 매입 평균 잔존기간을 7~10년에서 7~12년으로 늘렸다. 올해 2월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장단기 금리 차이가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줄어든 것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단기 국채를 더 사들이고 장기 국채를 덜 매입하면 장단기 금리가 벌어질 수 있다. 일본은행은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당좌예금 일부에 -0.1%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회사 자금운용에도 숨통
일본은행이 금융정책 틀을 바꾸기로 한 것은 국채 매입을 통한 자금 공급 확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2013년 4월 연간 60조~70조엔 규모의 양적완화에 들어간 데 이어 2014년 10월에는 이 규모를 연간 80조엔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일본은행 국채보유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386조엔으로 2013년 3월 말보다 세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일본은행의 전체 발행잔액 대비 국채 보유 비중도 연말에는 40%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국채시장 유동성 위축을 감안하면 추가 매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행에 국채를 팔아온 시중은행도 국채보유액이 최소 수준까지 감소해 추가 매도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장기 금리를 현 수준보다 끌어올리기로 한 것은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고 있는 금융회사를 고려한 결정이기도 하다. 지난 7월27일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사상 최저인 -0.295%까지 하락했다. 예대마진 축소로 5대 시중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했다. 은행은 통상 대출 금리는 장기 금리를 기반으로 책정하고, 예금 금리는 단기 금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자금운용난으로 보험회사, 연기금 수익성도 크게 나빠졌다.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면 금융회사의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은행 등이 장단기 국채를 사고팔아 수익을 올릴 때 금리차가 커지면 그만큼 이익을 낼 기회가 많아진다.
도쿄증시에선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이 7% 이상 상승한 것을 비롯해 금융주가 큰 폭으로 올랐다. 닛케이225지수도 1.91% 상승했다. 엔화 가치가 장중 102엔 아래로 떨어지면서 기업실적 악화 우려가 줄었기 때문이다.
◆물가목표 달성 의지 재확인
일본은행은 기존 ‘2년’이라는 기간을 뺐지만 2%의 물가안정 목표를 실현하고 안정될 때까지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구로다 총재는 “2%의 물가 목표를 가능한 한 조기 실현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 물가와 경제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7월 근원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5% 내리면서 5개월 연속 하락했다. 2013년 3월 이후 3년4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2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도 전기 대비 0.2% 증가에 그쳤다.
일본은행은 향후 추가 완화 수단으로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 △장기금리 조정 목표 인하 △자산 매입 확대 △자금 공급량 확대 가속 등을 꼽았다.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를 향후 추가 금융완화의 중심축으로 하겠다는 의도를 처음으로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평가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일본은행은 2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장단기 금리 조정(일드커브 컨트롤)’을 추가한 양적·질적 금융완화에 나서기로 했다. 새로운 정책 도입은 찬성 7명, 반대 2명으로 결정됐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완화를 더욱 강력하게 하기 위한 새로운 프레임 워크”라며 “정책 지속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유도 방안에는 연간 80조엔 정도의 국채를 사들이지만 매입 국채의 잔존기한은 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일본은행은 국채 매입 평균 잔존기간을 7~10년에서 7~12년으로 늘렸다. 올해 2월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장단기 금리 차이가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줄어든 것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단기 국채를 더 사들이고 장기 국채를 덜 매입하면 장단기 금리가 벌어질 수 있다. 일본은행은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당좌예금 일부에 -0.1%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회사 자금운용에도 숨통
일본은행이 금융정책 틀을 바꾸기로 한 것은 국채 매입을 통한 자금 공급 확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2013년 4월 연간 60조~70조엔 규모의 양적완화에 들어간 데 이어 2014년 10월에는 이 규모를 연간 80조엔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일본은행 국채보유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386조엔으로 2013년 3월 말보다 세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일본은행의 전체 발행잔액 대비 국채 보유 비중도 연말에는 40%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국채시장 유동성 위축을 감안하면 추가 매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행에 국채를 팔아온 시중은행도 국채보유액이 최소 수준까지 감소해 추가 매도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장기 금리를 현 수준보다 끌어올리기로 한 것은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고 있는 금융회사를 고려한 결정이기도 하다. 지난 7월27일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사상 최저인 -0.295%까지 하락했다. 예대마진 축소로 5대 시중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했다. 은행은 통상 대출 금리는 장기 금리를 기반으로 책정하고, 예금 금리는 단기 금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자금운용난으로 보험회사, 연기금 수익성도 크게 나빠졌다.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면 금융회사의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은행 등이 장단기 국채를 사고팔아 수익을 올릴 때 금리차가 커지면 그만큼 이익을 낼 기회가 많아진다.
도쿄증시에선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이 7% 이상 상승한 것을 비롯해 금융주가 큰 폭으로 올랐다. 닛케이225지수도 1.91% 상승했다. 엔화 가치가 장중 102엔 아래로 떨어지면서 기업실적 악화 우려가 줄었기 때문이다.
◆물가목표 달성 의지 재확인
일본은행은 기존 ‘2년’이라는 기간을 뺐지만 2%의 물가안정 목표를 실현하고 안정될 때까지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구로다 총재는 “2%의 물가 목표를 가능한 한 조기 실현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 물가와 경제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7월 근원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5% 내리면서 5개월 연속 하락했다. 2013년 3월 이후 3년4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2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도 전기 대비 0.2% 증가에 그쳤다.
일본은행은 향후 추가 완화 수단으로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 △장기금리 조정 목표 인하 △자산 매입 확대 △자금 공급량 확대 가속 등을 꼽았다.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를 향후 추가 금융완화의 중심축으로 하겠다는 의도를 처음으로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평가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