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청 고위급 협의회에서 농업진흥지역(옛 절대농지)을 대대적으로 해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면서 농업계와 정치권, 정부 부처들의 계산도 분주해졌다.

대부분 농가는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인 땅들이 해제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집을 짓거나 근린생활시설, 식당 등 다른 용도로 땅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땅값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이다. 과거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된 농지 가격은 단기간에 두 배, 세 배 이상 오른 사례가 있다.

반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단체들은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81만㏊(약 8100㎢)의 농업진흥지역을 올해까지 10만㏊ 해제한다고 밝히자 전농 등은 반대 의견을 내놨다.

전농 관계자는 “농지가 축소되면 식량 주권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농지를 한번 줄이면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식량위기가 올 경우 식량 안보에 문제가 생긴다는 논리다. 환경단체들도 “농지를 개발하면 환경오염이 심해질 우려가 크다”는 이유를 내세워 반대했다.

야당도 농업진흥지역 해제에 반대하고 있다. 이달 초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이 문제가 거론되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 내에서 농정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07~2008년 12만㏊, 작년과 올해 10만㏊ 등을 합하면 10년간 5분의 1가량의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된다”며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해도 농민들이 그 자리에 쌀농사를 계속 짓는 경향이 있어 쌀 수급을 위해선 농업진흥지역 축소보다 농지에 다른 작물을 심도록 하는 재배면적 축소를 유도하는 쪽으로 가는 게 현실적으로 낫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