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균, 최수지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브랜드 YKS의 콜렉션 모습. /사진=알로곤 제공
신용균, 최수지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브랜드 YKS의 콜렉션 모습. /사진=알로곤 제공
한류는 더이상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에만 국한되지 않게 됐다. 스타들을 중심으로 'K 패션'이 주목받으면서 동대문 역시 한류 패션문화의 대표지역으로 집중 조명되고 있다. 가장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동대문 쇼룸 '차오름'. 서울산업진흥원(SBA)의 주관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아이디어와 역량이 뛰어난 중소 패션브랜드, 신진 예비창업 디자이너들을 육성해 해외진출을 지원한다. 차오름이 주목하는 패션 브랜드의 수장들을 만나봤다. 당신이 앞으로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편집자주>

"저런 옷을 도대체 누가 입어?" 패션 인더스트리에 '1'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처음 쇼를 경험했을 때 하는 말이다. 범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디자인은 '실용'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요즘 패션업계의 흐름은 많이 달라졌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러플, 불편할 정도로 길어진 소매, 미니멀하지만 독특한 디자인들이 거리를 독식한다. 유니크한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입는 것. 우리의 공통적인 숙제가 됐다.

예쁜 옷은 그만큼 공수가 많이 든다. 수작업이 많아지면 당연히 단가는 뛰기 마련. 차오름에 입점한 패션브랜드 알로곤(Alogon)의 신용균(34), 최수지(27) 디자이너는 "그래서 공장을 만들어 버렸다"고 기세 좋게 말한다. 디자인부터 생산 전 과정에 알로곤의 두 디자이너는 머리를 맞대고 씨름한다.
'알로곤'의 신용균 최수지 디자이너가 '차오름'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최혁 기자
'알로곤'의 신용균 최수지 디자이너가 '차오름'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최혁 기자
신용균, 최수지 디자이너의 첫 만남은 2013년 MBC에브리원에서 방영된 서바이벌 프로그램 '탑디자이너'를 통해서였다. 신 디자이너는 영국 유명 패션스쿨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여성복을 공부했다.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하면 상금 1억과 매장을 받게 된다. CEO형 디자이너를 뽑는 대회였다. 브랜드 이름을 만들고 참여하게 됐다. 책을 보다가 ‘알로곤’이라는 단어를 봤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리수에 해당하는 영역’이라는 뜻이더라. 디자인 역시 반복되지 않는 숫자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이 프로그램에서 신용균 디자이너는 우승을 차지했다. 1억의 상금과 동대문 두타의 매장을 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 시장을 잘 몰라서 ‘만약에 내가 1등을 하게 되면 브랜드 전개를 함께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최수지에게 제안했다. 대회에서 빠른 시간 내에 옷을 만들어내야 했는데 콘셉트도 명확하고 옷에 대한 이해력도 높았다. 사실 이 친구의 가능성, 잠재력보다는 사실 가볍게 던진 이야기였다. 이렇게 오래 할 생각은 서로 없었을 거다. (웃음)”

알로곤의 신용균, 최수지 디자이너는 방송 프로그램 '탑디자이너'를 통해 처음 만났다. /사진=MBC에브리원 캡쳐
알로곤의 신용균, 최수지 디자이너는 방송 프로그램 '탑디자이너'를 통해 처음 만났다. /사진=MBC에브리원 캡쳐
최수지 디자이너는 당시 수원대 패션디자인과 졸업 후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었던 상황.

“신용균 디자이너는 영국에서도 워낙 잘해 왔기 때문에 익히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그렇듯, 나의 디자인에 대해 자신 혹은 자만심이 있었던 차다. 방송을 함께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외국에서 생활했던 신 디자이너의 경험을 배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결국 인정하게 됐다.”

‘최수지’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신용균 디자이너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현재 최수지는 디자인 외 마케팅과 사무 전반을, 신용균은 인천에 위치한 생산공장을 컨트롤 한다.

신용균 디자이너는 ‘남들과는 다른 시작’이었다고 회상한다. “보통 디자이너들은 패턴사, 봉제, 생산업체를 따로 둔다. 시간적,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다. 알로곤에 대한 목표의식은 우리 모두 명확했다. 꾸띄르 적인 장인정신과 하이 앤드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 그러나 현실은 혹독했다.”

알로곤은 런칭 당시 런던 패션위크를 앞두고 있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옷을 디자인했고 봉제 공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간단한 디자인이더라도 수량과 단가 등이 맞아야 하더라. ‘다섯 벌 만들어 주세요’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가 공장을 만들어 버렸다. 상금 1억도 있었고. 샘플실도 꾸리면서 멤버가 확장됐다.”
/사진=알로곤 제공
/사진=알로곤 제공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디자이너가 총괄하는 시스템 덕에 알로곤은 새로운 소재와 실루엣, 과감한 디테일을 구사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한다. 소비자가 '갖고' 싶은 옷을 '가질 수' 있는 선에서 내놓기 위한 노력이다. 덕분에 카피 제품도 없다. 알로곤의 메리트다.

“핸드 작업이 많은 꾸띄르 옷은 어렵고 비싸지만 우리는 중간마진을 없앤 덕을 톡톡히 봤다. 카피 제품에 대한 우려도 덜었다. 고가의 제품을 공정을 줄여 저렴한 가격으로 제시하는 것이 카피인데, 알로곤은 옷이 어려워 카피하려는 사람들이 단가를 맞출 수 없다.”

의상 디자인의 가치는 디자이너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팔려야 옷’이라고 하는 반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도 자신의 '이상'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알로곤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신용균은 “나는 효과음이고 최수지는 스토리 메이킹을 한다. 현재 여자들이 딱 좋아하는 옷을 만들고는 자신이 입을 수 있나 없나를 판단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최수지는 이에 수긍하며 “신용균이 폭발시키면 나는 완화하는 역할”이라면서 “조화를 잘 이루는 것 같다”라고 만족했다.

이들의 뜻대로 알로곤 옷의 100중의 30 정도는 판매 부담을 덜고 브랜드의 방향성을 그대로 담았다. 컬렉션 의상들이 대표적이다. 패션도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신용균 디자이너의 생각이다.
/사진=알로곤 제공
/사진=알로곤 제공
가수 이승환, 알리, 마야, 백지영, 달샤벳 등 연예인 의상도 주저하지 않는다. 신용균, 최수지 디자이너가 말하는 '혁신'의 연장선이다.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옷을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백지영이 미국에서 최초로 콘서트를 했던 당시 알로곤의 옷을 입었다. 음악과 시각적인 요소들을 어우러지게 해 드라마틱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알로곤은 지난 2월 두타에서 매장을 철수하면서 '쇼룸'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이를 해결한 것은 바로 차오름.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운영하는 공공 쇼룸인 차오름은 견본품을 전시해 바이어에게 상품을 보여준 후 상담을 통해 계약 및 오더를 진행하는 B2B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용균은 “차오름을 통해 쇼룸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 “우리 디자인을 선보이고 해외 오더 또한 받을 수 있게 됐다. 수출과 같은 매출이 일어났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알로곤은 9월17일 벤쿠버 패션위크를 기점으로 기존 신용균 디자이너가 ‘YKS’ 라는 이름으로 선보여 온 컬렉션 라인과 세컨브랜드 알로곤을 통합해 대중 앞에 나서게 됐다.
차오름
차오름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 사진=최혁 기자, 알로곤 제공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