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3일 열린 ‘스포츠산업 잡페어 2016’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상담을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3일 열린 ‘스포츠산업 잡페어 2016’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상담을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중국어 면접은 처음이라 바짝 긴장했는데 잘 마무리됐습니다. 평소 관심있게 지켜본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에 대한 질문이 나왔거든요. 좋은 결과가 있을 듯합니다.” (박영진·27·한국외국어대 중국지역학 졸업)

“이번 학기부터 신문방송학과 수업을 듣는데 스포츠 미디어 기업(스포츠 전문방송채널 등)의 채용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취업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최준형·24·세종대 체육3)

‘스포츠산업 잡페어 2016’ 행사가 열린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 전시장 입구에는 행사 시작 전인 오전 8시부터 수백명의 구직자가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행사장 입구에 설치된 현황판을 보며 현장채용을 하는 기업의 부스 위치와 면접 시간을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친구들끼리 옷매무새를 다듬어주거나 예상 질문을 주고받는 모의면접으로 실력을 점검하는 구직자도 눈에 띄었다.

국내외 110여개 스포츠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이날 하루 동안 열린 잡페어에는 전국 각지에서 1만5000여명의 구직자가 몰렸다. 국내 유일의 스포츠 분야 채용박람회를 통해 취업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행사장 내 멘토링관과 콘서트홀에서 열린 전문가 특강도 만원이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 강원 광주광역시 등에서 이른 새벽부터 기차와 버스편을 이용해 올라온 참가자가 많았다. 전북대 동국대 세종대 충남대 조선대 영산대 순천대 등 20여개 대학에서는 관련 학과 3, 4학년 학생들이 버스를 빌려 올라왔다. 장명 부산 영산대 해양레저관광학과 교수는 “3년 전부터 매년 오전 6시에 KTX를 타고 학생들과 함께 잡페어에 참여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학과 학생 2명이 잡페어 행사에서 현장면접을 보고 취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구직자가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스포츠 미디어와 마케팅, 에이전트, 프로스포츠 구단 부스였다. 스포티비, 리코스포츠에이전시, 강원도민프로축구단 등은 채용 상담과 면접 신청자가 몰려 1~2시간씩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윤동국 씨(24·부산 동의대 레저스포츠학 4년)는 “평소 스포츠 전문방송 등 미디어 분야 취업을 준비했는데 이번 행사에서 스포티비 등 미디어 기업들이 현장채용을 한다는 기사를 보고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홍주현 씨(27)는 “고교 시절부터 야구, 검도, 사이클 등 스포츠를 좋아했지만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우면서 스포츠 매니지먼트 분야 취업을 준비해왔다”며 “오늘 여섯 곳의 현장면접에 참여했는데 가능하면 스포츠 에이전트 분야에서 취업 기회를 얻고 싶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공부를 마치고 국내 스포츠산업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유학파도 눈에 띄었다. 뉴욕주립대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하고 오는 11월 졸업을 앞둔 박진우 씨(26)는 “미국 현지 유소년축구협회에서 3개월 동안 인턴십 과정을 마치고 이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일정을 맞춰 귀국했다”며 “당장 취업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스포츠 분야에서 전공을 살려 도전해볼 만한 분야나 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취업관에서는 11개국 20개 기업 인사담당자가 나와 다음달부터 5개월간 이어지는 해외 인턴 참가자들의 최종면접을 진행했다. 중국 알리바바 스포츠부문 자회사인 알리스포츠의 진슈잉 인사담당자는 “한국 젊은이들의 스포츠산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한국 스포츠의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면접 참가자들이 스포츠뿐 아니라 경영, 인문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추고 있어 채용을 결정하는 데 상당히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