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개관한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이 김창열 화백의 작품 ‘물방울’을 감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개관한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이 김창열 화백의 작품 ‘물방울’을 감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방울 화가’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김창열 화백(87)의 작품세계와 예술혼을 기리는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이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에 문을 열었다. 김 화백이 6·25전쟁 당시 1년6개월간 제주에 머문 인연으로 작품 220점을 기증해 이 미술관을 설립했다. 사업비 92억원을 투입해 지상 1층, 연면적 1587㎡ 규모로 2014년 4월 착공해 지난 5월 완공됐다.

건축가 홍재승 씨가 설계를 맡은 미술관은 물방울을 매개로 곶자왈에 분출한 화산섬을 표현했다. ‘신전’ 혹은 ‘무덤’ 같으면 좋겠다는 김 화백의 요청에 따라 나뭇결 문양의 검회색 콘크리트를 사용했고, 중앙에 빛을 반사하는 물의 중정을 조성해 그의 작품 세계를 반영했다. 수장고도 전시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했고 기획전시실, 상설전시실, 특별전시실, 교육실과 야외무대, 아트숍, 카페테리아 등의 부대 편의시설도 갖췄다.

개막식에 참석한 김 화백은 “제주도에 있으면서 조선 말기 이곳에 유배된 추사 김정희 선생을 다시 만나는 것 같은 감동을 느꼈다”며 “훌륭한 스승으로 생각하는 이중섭 선생과의 만남이 프랑스에 있던 45년간의 작업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서울대 미대에서 공부한 뒤 미국 뉴욕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1969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정착했다.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살롱전 ‘살롱 드 메(salon de mai)’에서 처음 ‘물방울’이 등장한 작품을 선보인 이래 40여년간 물방울을 소재로 작업했다. 1996년 프랑스 최고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2004년 프랑스 국립 죄드폼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어 세계적 현대 미술가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다.

김창열미술관은 내년 1월22일까지 개관기념전으로 ‘존재의 흔적들’을 연다. 1964년부터 2007년까지 작품 30여점을 내걸었다. 1960년대 앵포르멜 시기 작품부터 1970~1980년대 ‘물방울’ 작품, 1990년대 이후 ‘회귀’ 연작 등을 통해 물방울 작품의 변천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김 화백이 최근 작업한 신작 조형 작품 ‘삼신’도 공개됐다. 공모를 통해 초대 관장으로 선임된 김선희 전 대구미술관장은 “김창열 화백과 연결되는 흥미로운 젊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064)710-415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