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가 처음 에임포인트 익스프레스법을 선보였을 때만 해도 많은 골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손가락을 한 개 또는 두 개 펼쳐 홀컵을 겨냥한 뒤 윙크하듯 한 눈을 감는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최연소 메이저대회 우승 등 세계 여자프로골프사를 새로 쓰며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선 뒤 에임포인트 익스프레스 붐이 일었다. 애덤 스콧(호주) 등 세계 프로골프 강자들과 이미림(26·NH투자증권) 박지영(20·CJ오쇼핑) 등 한국 여자프로골퍼들도 이 열풍에 가세했다. 박지영은 이를 익힌 뒤 국내 투어에서 1승을 올리는 등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이 방식은 미국 PGA 투어 티칭코치인 마크 스위니가 좀 더 쉽게 그린 경사를 읽기 위해 고안한 표준화된 그린독법이다.
우선 자신이 느끼는 경사를 4단계, 혹은 10단계 등으로 표준화하는 작업이다. 여러 경사가 만들어진 그린에서 발바닥과 시각 등 신체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경사 단계를 마음속으로 수치화한다. 경사도를 측정하는 수평계 등의 도구를 활용해 자신이 단계화한 그린 경사도를 재확인하면서 실제 경사도와 마음속 경사도의 차이를 좁혀나간다. 리디아 고는 경사측정기와 자신이 느끼는 경사도를 거의 일치시킨 뒤 현장에서 적용했다. 마지막이 필드에서 자신이 구별해 놓은 경사도를 손가락 1개는 1단계, 손가락 4개는 4단계 경사(수치가 높을수록 가팔라 짐) 등으로 판별한 뒤 공을 굴리는 단계다. 예컨대 홀컵 오른쪽이 높은 훅 라인일 경우 오른손가락을 경사도만큼 펼쳐 공과 홀컵을 연결한 가상의 선에 바짝 대고(그림 참조) 공을 굴릴 선을 정한다. 왼쪽이면 왼손가락으로 하면 된다.
그린에 처음 섰을 때 그동안 익혀놓은 그린 경사가 오른쪽이 높고 3단계 경사로 판단된다면 오른손가락 세 개를 펼쳐 홀컵에 가져다 대 본 뒤 손가락 맨 바깥쪽 라인 쪽으로 공을 굴리는 식이다. 공이 이 라인으로 접근한 뒤 홀컵 쪽으로 꺾이는 지점(브레이크 포인트)을 찾는 게 중요한 만큼 힘조절에 신경써야 한다.
굳이 이런 복잡한 절차와 훈련을 거치지 않더라도 평상시 마음속에 경사의 단계를 나름의 방식으로 표준화만 해도 퍼트 실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조도현 프로는 “경사면에 섰을 때 낮은 곳에 디딘 발과 무릎에 압력이 가해지는데, 이때의 압력을 나름대로 1단계, 2단계 등으로 수치화해보는 것도 또 다른 표준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