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중국 인문기행' (4) 톈진(天津)] 중국 남북 뱃길을 이은 상인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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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 < 뉴스웍스 콘텐츠연구소장 >
![중국 북부지역의 관문인 톈진항 전경. 톈진항은 1858년 외국에 개항되면서 급속도로 성장해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항만으로 떠올랐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609/AA.12594436.1.jpg)
지명의 유래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설은 있다. 명(明)을 세운 주원장(朱元璋)의 아들인 영락제(永樂帝) 주체(朱)와 관련이 있다. 영락제는 주원장의 손자이자 제 조카인 건문제(建文帝)의 황제 자리를 빼앗은 인물이다.
그는 당초 베이징 일대를 관할하는 연왕(燕王)이었으나 결국 조카의 자리를 찬탈했다. 그가 베이징에서 건문제가 있던 지금 난징(南京)으로 진군할 때 톈진을 거쳤다고 한다. 이곳은 남쪽으로 줄곧 이어지는 대운하(大運河)의 주요 경유지였고, 주체는 이 뱃길을 이용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생긴 이름이 ‘황제가 건넌 뱃길’이라는 의미의 天津(톈진)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북부의 관문…'황제가 건넌 뱃길'
![[유광종의 '중국 인문기행' (4) 톈진(天津)] 중국 남북 뱃길을 이은 상인의 도시](https://img.hankyung.com/photo/201609/AA.12596085.1.jpg)
지금도 그런 흔적이 남아 톈진 일대에는 沽 글자를 붙인 지명이 아주 많다. 탕구(塘沽), 다즈구(大直沽), 한구(漢沽) 등이다. 아주 많아 정확하게 몇 개인지는 현지 사람들도 잘 모른다. 비교적 정확한 통계에 따르면 톈진 일대에 沽 글자를 붙인 지명은 81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곳의 대표적인 산품은 식염(食鹽)이었다. 발해만을 끼고 있어 예부터 질 좋은 소금이 풍부하게 나왔다. 게다가 원(元)나라 때부터 통일왕조의 도읍이었던 베이징의 길목이었고, 남부의 풍부한 쌀 등 곡량(穀糧)이 운하(運河)를 거쳐 먼저 당도하는 곳이기도 했다.
영락제 때인 1404년 정식으로 성을 쌓아 도시를 이뤘다. 중국 산시(山西)에서 왕조의 명령에 따라 이동하던 이민, 영락제 주체가 황제에 오르기 전 그를 추종하던 장쑤(江蘇)와 안후이(安徽) 병력이 당시 톈진의 주요 인구를 형성했다고 한다. 교통의 요지에 몰려드는 풍부한 물자를 바탕으로 톈진은 일찌감치 상업적인 도시로 발전했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말 잘하기로 유명하다. 거래와 교섭에 탁월한 상업문화를 키웠으니 그렇다. 중국에서 입담이 좋기로는 우선 베이징 사람을 꼽는다. 그들은 흔히 ‘서울 뺀질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京油子(징유쯔)’로 불린다. 교묘하게 치고 빠지는 말솜씨 때문이다. 우리 속말로 이르자면 ‘서울 구라’다.
입담 세기로 유명한 톈진상인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이들이 바로 톈진 사람이다. 말 잘하는 톈진 사람에게 붙는 별명이 ‘衛嘴子(웨이쭈이쯔)’다. 衛(웨이)는 이곳 한 별칭이 톈진웨이(天津衛)여서 붙었다. 전략적 요충이어서 군대 기지인 衛(위)를 설치해 운영했기 때문이다. 다음 글자 嘴(취)는 ‘주둥이’다. 子(자)는 의미가 따로 없는 접미사다. 따라서 衛嘴子라고 적으면 ‘톈진 주둥이’ 정도로 번역하는 게 좋다. 말에 관한 한 톈진이 베이징보다 한 수 위라는 평도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만두가게 이름인 ‘거우부리(狗不理)’다. 창업자인 청나라 말 가오구이유(高貴友)의 아명이 강아지, 한자로 狗子(거우쯔)였다. 만두 빚는 기술을 배워 성공했다. 돈을 많이 버는 가게 주인임에도 그는 계속 만두만 빚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강아지(狗子)~”라고 불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不理)고 해서 붙은 이름이 ‘거우부리(狗不理)’다.
그런 집요함이 톈진에는 있다. 상업문화가 발달해 왕성한 입담까지 갖춘 사람도 많다. 톈진의 경쟁력이랄 수 있는 점이다. 그러나 강력한 외세 배척의 상징이던 청나라 말 의화단(義和團) 사건의 정점을 형성한 기록도 있다. 중국 남부지역 인문의 간판으로 해양과 접한 도시면서 강력한 개방성을 드러내는 상하이(上海)와는 어딘가 모르게 다른 구석이 있는 톈진이다.
유광종 < 뉴스웍스 콘텐츠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