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경영상]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건설관리' 불모지서 창업…20년만에 세계 50국 '역진출'
“건설사업관리(CM)라는 분야를 국내에서 처음 시작해 20년간 한눈팔지 않고 CM의 역사를 써온 우리의 도전과 성취를 동반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한미글로벌 창립 20주년을 맞은 지난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한미글로벌 가족음악회에서 김종훈 회장은 임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CM이 일반인에겐 아직도 생소한 분야지만 한우물을 파며 CM부문 세계 13위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앞으로 한미글로벌을 100년 기업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창립 20주년 슬로건도 ‘감사의 20년, 고객과 함께 100년’으로 정했다.

한미글로벌은 1996년 CM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당시 CM은 미국 등의 글로벌 기업이 수행하는 해외 건설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선진 건설관리 기법이었다. 전문 지식이나 설계업체·시공사·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관리할 역량이 부족한 발주자를 대신해 건설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한미글로벌 창업 당시 주변에선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사업 성격상 기존 건설업계와 상당한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회장은 그러나 한국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밀어붙였다. 선진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미국의 대형 설계업체 파슨스와의 합작을 택했다. 그래서 탄생한 게 한미글로벌의 전신인 한미파슨스다. 김 회장은 “1990년대 중반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대형 사고가 터지며 부실 공사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며 “한국과 같이 건설 공사 과정에서 분쟁이 많고 계약문화가 잘 지켜지지 않는 환경에서는 CM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단순히 CM 기법 도입에 그치지 않고 20년간 ‘건설 개혁’이란 화두를 놓고 고민해 왔다. 국내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이뤄내지 않고선 해외 시장에서 한국 건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김 회장은 2000년 4월 한미글로벌 건설전략연구소를 출범했다. 그는 “한국에서 각종 건설제도와 법은 규제 위주로 돼 있고 건설산업 내 업역 간 칸막이도 촘촘하다”며 “국제 기준과 큰 차이를 보이는 이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국내 CM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2년 중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중동, 미국, 유럽 등 50여개국 시장을 개척했다. 1000억달러에 불과한 국내 건설시장보다 10조달러 규모인 세계 건설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구상이다. 이 덕분에 한미글로벌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해외 사업 비중이 50%에 달한다. 수익부문에서도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70%에 이른다. 미국의 글로벌 건설전문지 ENR이 최근 발표한 세계 CM업체 순위에서 13위에 올랐다.

한미글로벌은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 중이다. 2010년 영국의 설계 및 CM 기업인 터너앤드타운젠드와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며 2011년 미국 엔지니어링업체인 오택, 2012년 친환경 컨설팅기업 에코시안, 2014년엔 설계업체 아이아크를 인수했다. 지난해엔 건설기술 서비스 업계 최초로 일본에도 진출했다.

한미글로벌은 올해에도 두 개 회사를 새로 세웠다. CM부터 시공까지 책임지는 ‘책임형 CM사업’ 회사인 한미글로벌E&C와 인테리어·리모델링 분야의 온라인 건설 플랫폼 회사인 이노톤이다.

김 회장은 한미글로벌의 이런 성과 배경에는 분야별로 전문화한 임직원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재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2개월 유급 안식휴가와 자녀의 학자금을 인원수 제한 없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지원하는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같이 노력한 결과 한미글로벌은 9년 연속 ‘대한민국 훌륭한 일터상’을 받았다. 2011년과 2013년, 2015년, 2016년엔 ‘최고의 직장’으로 선정됐다.

“회사 구성원을 행복하게 해주면 그들이 스스로 노력해 업무 성과도 올라갑니다. 이는 외부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회사 성과를 높이는 행복경영의 선순환 모델이 실현됩니다.”

김종훈 회장은…
삼풍百 붕괴 보며 CM사업 결심…설립 때부터 '행복한 직장' 목표
해고 한 명 없이 외환위기 극복…"사회공헌이 최고의 미덕" 실천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1996년 창업 이전까지 20년 이상 국내외 건설현장을 누빈 건설맨이다. 이후 20년간 건설사업관리(CM)사업을 펼치며 국내 최고 CM 전문가에 올랐다.

1973년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샘건축연구소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현대양행(현 한라)을 거쳐 1979년 한양으로 옮긴 뒤 사우디아라비아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며 미국 등 글로벌 기업의 CM 기법을 처음 접했다. 국내 건설산업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당시로선 너무 생소한 분야였다. 이후 삼성물산으로 옮겨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공사 책임자 겸 품질안전실장을 맡은 1995년 6월29일, 김 회장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지켜보며 CM사업을 떠올렸다. 그는 “대형 사고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건축학도로서 최고의 보람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CM사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1996년 6월 국내 첫 CM 전문회사인 한미파슨스를 출범했다. 김 회장은 설립 초기부터 회사 구성원 모두가 중심이 되는 ‘행복한 직장’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 설립 이듬해 터진 외환위기 때도 단 한 명의 인력 퇴출 없이 위기를 극복했다. 임직원들도 회사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2006년 합작회사였던 미국 파슨스의 지분을 인수해 단독 법인(한미글로벌)으로 재출범할 때 그 지분을 나눠 사들였다.

김 회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따른 사회공헌활동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의무화하고 연간 140시간 이상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2010년에는 직원들과 함께 사재를 출연해 사회복지법인 ‘따뜻한 동행’을 설립했다. 그는 “꾸준한 자기계발과 봉사는 행복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건설 관련 전문지식을 활용한 그의 활동 범위는 폭넓다. 2007년부터 한국CM협회 부회장, 2008년부터 사단법인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2010년에는 전·현직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경험과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단법인 CEO지식나눔 설립을 주도했다. 한국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한 산·학·연 공동 연구를 주도해 《일류 발주자가 일등 건설산업 만든다》 등 21권의 책도 발간했다.

김종훈 회장 프로필

△1949년 경남 거창 출생 △1973년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2001년 서강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1973년 한샘건축사무소 입사 △1984년 삼성물산 품질안전실장 △1996년 한미파슨스 사장 △2009년 한미글로벌 회장 △한국CM협회 부회장 △사단법인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 △사단복지법인 따뜻한동행 이사장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