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술 유출' 시도한 삼성전자 전무는 메모리반도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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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조 미래 먹거리 '3D낸드 기술' 위험했다
2020년 500억달러 시장
삼성전자 '세계 유일 양산'…기술력도 1~2년이상 앞서
한국 먹여살릴 핵심 기술
2020년 500억달러 시장
삼성전자 '세계 유일 양산'…기술력도 1~2년이상 앞서
한국 먹여살릴 핵심 기술
외국에 반도체 기술을 유출하려다 경찰에 적발된 삼성전자 전무 이모씨가 유출을 시도한 기술은 삼성의 주요 미래 먹거리인 3차원(3D) 낸드플래시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만약 이 전무가 3D 낸드 기술을 빼냈다면 삼성전자가 몇 년간 수십조원의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2일 이 전무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을 제작하는 시스템LSI사업부 소속이다. 이 때문에 이 전무는 애초 AP 기술을 유출하려다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유출하려던 기술은 삼성전자에서 AP보다 규모가 10배 이상 큰 3D 낸드 분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무는 삼성전자에서 3D 낸드 분야 핵심 전문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미국 MIT와 스탠퍼드대를 나와 인텔 근무를 거쳐 2009년 삼성전자에 임원으로 입사했다. 지난해까지 메모리제조센터에서 일했으며 낸드플래시 쪽에서 연구, 개발, 제조를 두루 담당했다. 특히 3D 낸드 PA(processor architecture)팀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PA는 생산 전 최종 개발을 맡는 핵심 부서다. 삼성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PA팀에 근무하고 연구, 개발, 제조를 두루 거쳤다면 삼성전자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출하려던 자료 중 대부분이 메모리 관련이고, 3D 낸드 자료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국가정보원은 올해 초부터 이 전무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조사해 왔다. 그가 자료를 프린터에서 뽑은 것으로 파악되자 경찰에 제보해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AP 시장에서 세계 5위(수량기준)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대만이나 중국 업체들도 만만치 않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기술 유출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다.
3D 낸드는 다르다.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고, 기술력도 2위권 업체들과 1~2년 이상 차이 날 만큼 압도적이다. 시장 성장세도 빠르다.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는 서버 수요가 늘어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3D 낸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300억달러 수준인 낸드 시장은 2020년엔 500억달러 규모로 늘어날 전망(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이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3D 낸드 개발에는 특히 노하우가 많이 필요하고 삼성은 10년 넘게 연구개발해 왔다”며 “반도체업계는 물론 한국의 앞날을 먹여 살릴 핵심 기술이 통째로 날아갈 뻔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전무와 같은 사례가 또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는 국정원과 회사가 사전에 동향을 입수한 사례지만, 이를 100%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업체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이 올초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파악한 결과 이미 중국 쪽에 상당수 인재가 넘어가 있다. 최근 중국 3D 낸드 업체인 XMC가 시제품을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장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이곳에도 한국 인재가 적잖게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2일 이 전무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을 제작하는 시스템LSI사업부 소속이다. 이 때문에 이 전무는 애초 AP 기술을 유출하려다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유출하려던 기술은 삼성전자에서 AP보다 규모가 10배 이상 큰 3D 낸드 분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무는 삼성전자에서 3D 낸드 분야 핵심 전문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미국 MIT와 스탠퍼드대를 나와 인텔 근무를 거쳐 2009년 삼성전자에 임원으로 입사했다. 지난해까지 메모리제조센터에서 일했으며 낸드플래시 쪽에서 연구, 개발, 제조를 두루 담당했다. 특히 3D 낸드 PA(processor architecture)팀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PA는 생산 전 최종 개발을 맡는 핵심 부서다. 삼성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PA팀에 근무하고 연구, 개발, 제조를 두루 거쳤다면 삼성전자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출하려던 자료 중 대부분이 메모리 관련이고, 3D 낸드 자료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국가정보원은 올해 초부터 이 전무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조사해 왔다. 그가 자료를 프린터에서 뽑은 것으로 파악되자 경찰에 제보해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AP 시장에서 세계 5위(수량기준)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대만이나 중국 업체들도 만만치 않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기술 유출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다.
3D 낸드는 다르다.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고, 기술력도 2위권 업체들과 1~2년 이상 차이 날 만큼 압도적이다. 시장 성장세도 빠르다.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는 서버 수요가 늘어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3D 낸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300억달러 수준인 낸드 시장은 2020년엔 500억달러 규모로 늘어날 전망(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이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3D 낸드 개발에는 특히 노하우가 많이 필요하고 삼성은 10년 넘게 연구개발해 왔다”며 “반도체업계는 물론 한국의 앞날을 먹여 살릴 핵심 기술이 통째로 날아갈 뻔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전무와 같은 사례가 또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는 국정원과 회사가 사전에 동향을 입수한 사례지만, 이를 100%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업체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이 올초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파악한 결과 이미 중국 쪽에 상당수 인재가 넘어가 있다. 최근 중국 3D 낸드 업체인 XMC가 시제품을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장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이곳에도 한국 인재가 적잖게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